[사설]세운상가, 창조경제형 실리콘밸리로 거듭나자

세운전자상가는 청계고가와 더불어 한국의 압축된 근대화를 보여주는 성장과정이자 상징이다. 충무로쪽 진양상가에서 종로쪽 현대상가에 이르기까지 충무로·을지로·청계천·종로를 잇는 대규모 상가였다.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단지였다. 그곳에 가면 TV·VCR·카메라·카세트라디오는 물론이고 공구·전자부품에 잡동사니까지 없는 게 없었다. 거대한 만물상이었다. 용산에 대규모 전자상가가 조성되기 전까지는 한국 전자상가의 메카로 군림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라는 애칭도 있었다.

세운전자상가는 1990년대 들어 상당수 가게가 용산전자상가로 옮기면서 휘청였다. 건물이 낡아 미관을 해치기 때문에 상가를 철거해야 한다는 민원이 줄을 이었고 손님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1979년과 2006년 각각 정비구역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교착상태에 빠졌던 세운전자상가 일대 재개발 사업이 지난 6월 34년 만에 분리개발방식으로 확정됐다. 전면 철거가 예정됐던 세운전자상가는 존치구역으로 지정·보존하되 주민 의사에 따라 구조 변경 등을 통해 상가 활성화를 꾀하고 노후건물이 몰려있는 상가 주변은 원활한 사업추진을 할 수 있게 됐다. 세운전자상가 일대 상인과 부동산 업계가 환호했다.

세운전자상가는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운상가시장협의회를 중심으로 상가 보존 확정과 동시에 전통시장 지정을 꾀해 상가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운전자상가 재개발 사업 확정은 슬럼화한 상가 일대를 일신할 수 있는 기회다. 전통시장으로 지정되면 시설 현대화지원 사업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운전자상가 명물인 건물 3층 외벽 양 옆 공중보도도 녹지로 꾸미는 구조 변경 계획도 나왔다. 상권은 많이 무너졌지만 세운전자상가에는 아직 전자산업과 관련한 상점이 대부분이다. 상가를 쾌적하게 리모델링하면 얼마든지 전자산업 요람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다.

전자산업 원로 모임인 전자정보인협회를 중심으로 세운전자상가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1970년대와 1980년대 각각 가전제품과 컴퓨터 용품으로 전성기를 구가한 세운전자상가가 21세기 한국을 이끌어갈 창조경제형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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