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현대하이스코로부터 자동차용 강판사업을 넘겨받는다. 현대제철은 매출액이 작년 기준 14조원대에서 20조원대로 늘어 외형적으로 국내 최대 철강사인 포스코를 위협하는 2위 업체로 입지를 굳힐 수 있게 됐다. 또 현대기아차 지배구조 개편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17일 오전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대하이스코의 자동차 강판(냉연) 사업 부문을 현대제철에 합병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합병 시기는 오는 12월 31일이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매출 20조원대 거대 일관제철소의 외형을 갖추게 됐다. 지금은 현대제철이 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 열연강판을 만들면 현대하이스코가 이를 가공해 자동차 강판(냉연)을 제조하는 분업 구조를 갖고 있다.
현대제철은 열연·냉연 강판 공정 일원화로 생산원가 절감은 물론이고 수익성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진 3고로 건설 사업 과정에서 생긴 차입금 부담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현대제철의 총차입금은 11조원가량으로 순이자비용만 연 3000억원 안팎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환이 시작되지만 냉연사업이 매분기 1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상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냉연 사업을 떼어낸 현대하이스코는 석유·가스 수송 파이프라인 등에 쓰이는 강관 제조와 자동차 경량화 사업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하이스코는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역량을 축적해온 강관 부문과 자동차 경량화 사업, 해외 스틸서비스센터를 활용한 철강재 유통 등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이번 사업 조정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및 후계구도 확립에도 영향을 것으로 분석했다. 분할합병으로 현대하이스코의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가 현대제철의 신규 지분을 보유하게 돼 현대제철→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현대제철로 이어지는 새로운 순환출자 구조도 형성하게 된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