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플렉시블 디스플레이 등장 초읽기…디스플레이 패러다임 바뀐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출시 초읽기

조만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스마트폰이 드디어 나온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하고 공급 준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으로 곡면을 구현한 6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삼성디스플레이는 5.7인치 OLED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한정판으로 출시돼 시중에 나올 물량은 소량에 그치겠지만, 스마트폰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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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폰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됐던 시점은 지난 해 3분기다. 지난 해 초부터 삼성전자 경영진들은 각종 행사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계속 연기됐다. 1년 여 기다림 끝에 이르면 이달 말 플렉시블 폰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렉시블 폰 공개를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폰이라고 해서 말처럼 화면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는 폰은 아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완성을 위한 첫 단계인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를 사용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끄는 것은 디스플레이 변화가 새로운 개념의 단말기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기존 디스플레이의 한계를 깰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깨지지 않고 가볍고 얇은 특성 때문에 디자인 자유도가 훨씬 높아진다. 사용자 범위도 넓어진다. 일례로 초등학생들이 갖고 다녀도 깨질 걱정이 없어 디지털 교과서로 제격이다. 장난감에도 얼마든지 장착할 수 있게 된다. 두께가 얇아져 그만큼 배터리 용량을 늘릴 수 있다. 비록 자유자재로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곡면 표현도 훨씬 수월하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궁극적인 목표는 둘둘 마는 것은 물론 접을 수도 있는 단계에 다다르는 것이다. 크게 4가지 단계로 진화할 전망이다. 깨지지 않음(언브레이커블)에서 시작해, 구부러짐(벤더블), 두루마리처럼 말림(롤러블), 최종적으로 접힘(폴더블)을 구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현재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세계 처음 양산할 제품들은 언브레이커블과 벤더블 정도의 단계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해 깨지지 않으면서 약간 구부러진 형태로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위아래 반경 400㎜, LG디스플레이는 반경 700㎜정도로 휘도록 만들었다. 현재 선보인 곡면 TV처럼 구부러진 제품을 다시 복원할 수는 없다. 롤러블이나 폴더블 정도의 단계는 복원이 가능한 기술 수준이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부터는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폈다 또는 접었다 폈다를 반복할 수 있어 대형 디스플레이도 휴대할 수 있다.

최근 업계에서 논의되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플라스틱 디스플레이를 지칭한다. 유리 가공 기술 발전에 따라 기판 유리도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을 정도로 얇은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유리도 등장한 상태다. 이를 사용해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지만 깨지는 게 단점이다. 업계는 대부분 플라스틱 기판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다. 얇은 유리는 TV처럼 고정된 장소에서 사용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는 용도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잘 깨지지 않고 구부릴 수 있다는 장점만으로도 디스플레이 시장은 엄청나게 넓어진다. 전문가들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스플레이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당장 스마트폰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장착하면 무게와 두께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갤럭시S4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다고 가정할 때 달라지는 두께와 무게 등을 계산했다. 디스플레이 두께가 1㎜에서 0. 2㎜로 얇아져 전체 스마트폰 두께는 7.9㎜에서 7.1㎜로 줄어들게 된다. 그만큼 배터리를 늘릴 수 있어 배터리 용량이 2600mAh에서 3100mAh로 확대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 무게는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했다.

곡면을 표현할 수 있어 적용 범위도 넓어진다. 자동차 대시보드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바꿀 수도 있고 바디에도 구현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아우디는 콘셉트 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을 사용한 바 있다. 시동을 켜면 후면 등이 마치 화염에 휩싸인 것과 같은 효과를 연출해 화제가 됐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바뀔 수 있다.

현재 정체된 디스플레이 시장이 한계를 넘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오는 2020년에는 40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 무에서 유를 만든다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를 비롯해 여러 전시회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공개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실험실 수준일 뿐 시장에 내놓을 수준은 되지 못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55인치 OLED TV에 이어 다시 한 번 세계가 놀랄 만한 제품에 도전하고 있다. 비록 소량이지만 소비자 제품용으로 내놓는다는 것은 그 만큼 신뢰성을 갖췄다는 뜻이다. 투자 비용과 수율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해도, 스마트폰의 수명을 생각하면 최소 2년 이상 문제없이 작동하는 신개념의 디스플레이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성과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각각 파일럿 라인에서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한 스마트폰용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모두 정확한 생산능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업계는 현재 구축된 설비를 기준으로 생산능력을 추산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2라인 내에 5.5세대(1300×1500㎜) 월 8000장의 원판을 투입할 수 있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4.5세대(730㎜×920㎜) AP2 라인 내에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플렉시블 OLED 생산능력은 투입 원판 기준 월 1만 2000장 정도인 것으로 파악된다.

두 회사 모두 수율이 안정적인 단계에 접어들면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공장 A3에 플렉시블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는 구미 LTPS라인이 가동하면 AP2 라인 일부를 구미로 옮길 수 있는데, 이 때 남는 공간을 플렉시블 생산에 활용할 공산이 크다.

IHS의 강민수 책임연구원은 “디스플레이 업계가 새롭게 적용되는 기술을 보다 빠르게 성숙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보완 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안다”며 “플라스틱 기판 및 박막 봉지 기술의 성숙도와 원가 절감 정도가 플렉시블 OLED 시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는 지금

상업화는 한국이 가장 빠르다. 하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시장의 침체를 뚫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활로라는 데는 전 세계가 공감한다. 정부나 산학연 단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는 이유다. 미국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센터(FDC)가 첨단 기술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 전자공업연구소, 중국 OLED산업연맹 등도 기술 개발의 축으로 떠올랐다. 일본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일찌감치 개발했으나 그동안 기업마다 전략이 달라 이렇다 할 기술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소니·도시바·히타치의 모바일용 디스플레이 사업을 통합해 만든 재팬디스플레이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개발에 착수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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