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 깎기 경쟁에 내몰려온 소프트웨어(SW) 업계의 애로 해소 차원에서 사업대가 기준산정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꾸었지만 이를 위탁받은 한국SW산업협회가 1년 7개월이 지나도록 개선안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정부 고시의 SW 사업대가 제도가 폐지되고 민간에 이양됐지만 정부 고시로 존재했을 때보다 신뢰성이 떨어져 발주기관과 사업자간의 사업대가 산정 시 갈등만 커졌다.
정부가 SW사업 대가 고시를 폐지하고 민간에 이양한 것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우선 하한가로 제시된 노임단가를 상한가로 여기는 관행이다. 발주기관 대부분은 SW 사업대가 산정 시 고시 단가를 하한가가 아닌, 상한가로 제시했다. 다음은 사업대가 기준이 투입한 인력 규모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SW기업이 생산성을 높여 투입인력을 줄이면 오히려 사업대가를 적게 받는 문제가 생겼다. 사업대가를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인력까지 투입해야 하는 원인이 됐다.
민간 이양된 지 1년 7개월이 넘었어도 여전히 발주 기관·기업은 기존 정부 고시단가 기준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SW업체 대표는 “현재도 SW 사업대가 산정 시 기존 정부 고시단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내용은 개선되지 않고 형식만 민간 이양된 상태라 혼란만 커졌다”고 말했다.
SW업계는 SW 사업대가 산정 기준을 개선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전담 기관인 SW산업협회의 능력 부족을 꼽는다. SW산업협회는 지난해 2월 SW 사업대가 산정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기존 문제점을 단 하나도 해결하지 못했다.
SW산업협회는 지금까지 SW 사업대가 산정 개선을 위해 이해 관계자 의견만 수렴할 뿐 실태조사 조차도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이 때문에 내년 초 새로 발표할 가이드라인에도 기존 SW 사업대가 산정기준 개선 방안은 담아내지 못할 전망이다.
SW산업협회 관계자는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사업대가 산정 개선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년 초 발표하는 가이드라인에 개선방안은 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SW산업협회가 지나치게 정부 눈치만 살핀다는 지적도 있다. 겉으로는 SW 사업대가 산정이 민간에 이양됐지만, 여전히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등 공공기관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회원사인 SW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적절한 SW 사업대가를 산정하기 위해 SW기업으로부터 원가자료를 제공받아 산정기준을 마련해야 하지만 관련 자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SW 사업대가 산정 전담기관을 다른 곳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전담기관이 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오너십을 가지고 기업의 협업을 이끌어 내 시장에 적합한 SW 사업대가 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