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앎에 대한 `식욕`이, 지식에 대한 `목마름`이, 정보에 대한 `배고픔`이 있다. 우리는 책을 `먹어치우고` 자료들을 `게워내며` 읽거나 쓰는 데 `거북함`을 느낀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물리지` 않으며, 영어를 조금 `곱씹어대고` 일부 계획을 `반추해본다` 어떤 개념들은 힘겹게 `소화하면서도` 어떤 생각들은 쉽게 `흡수한다` 이야기는 특히 `달콤한` 말로 씌어 있는 글이 `쓰디쓴` 생각과 `시금떨떨하거나` `메스꺼운` 소절 혹은 `무미건조하고` `싱거운` 연설이 곁들여있는 글보다 `술술 잘 넘어간다` 가장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에 `톡 쏘는` 일화와 `화끈한` 묘사, 그러니까 `군침 도는` 비유가 들어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철학자의 목구멍, 생각에 대한 비유로서의 먹기, 안드레아 탈리아피에트라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라는 책에서 소개한 음식과 언어에 관한 이야기의 일부다. 맛깔나게 먹는 행위를 표현하는 문장은 읽는 것만으로 침을 삼키게 한다. 동시에 우리의 언어가 얼마나 먹는 것과 연관됐는지 새삼 `음미하게` 만든다.
TV와 인터넷, 미디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단연 `맛있는 음식`이다. 매일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고, 사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보란 듯이 음식사진을 올린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음식점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자, 음식사진 찍기가 한국의 음식문화인줄 알았다고 고백한 글이 유머글로 돌기도 한다.
그러나 이게 아주 의미 없는 일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해외에서 나와 화제를 모았다. 해외에서도 인기SNS인 `인스타그램`에 음식사진 올리는 일들이 급증하자 미국의 과학자들이 이것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푸드포르노`라는 단어가 등장할 만큼 음식사진 찍어 올리기는 세계적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미네소타대학의 케슬린 보 교수와 하버드대학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낸 연구논문에 의하면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찍기 등 간단한 `의식(ritual)` 거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고 나왔다.
두 개의 실험집단에 한 쪽은 초콜릿을 반으로 잘라 먹는 간단한 의식을 거치게 하고, 다른 쪽은 그냥 포장을 벗겨 바로 먹게 했다. 간단한 행위라도 거친 집단이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간단한 의식이라도 유예의 시간을 갖는 동안 사람이 음식에 대해 갖는 동기부여나 의미가 더 커지는 점을 지적했다. 사진찍기를 비롯해 저녁자리에서 건배 후 음식을 먹거나 기도하는 것도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예를 들었다. 우리 몸의 감각기관 중 가장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눈이고, 가장 예민한 것이 코인만큼 사진을 찍는 동안 먹는 사람의 기대감이 더 커지는 것은 자연스럽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의 먹는 모습을 인터넷 동영상 등으로 보는 `먹방`이란 문화도 등장했다. 누군가는 이것을 혼자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다른 사람의 먹는 모습으로 위안을 삼는 현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더 맛있게 음식을 먹는 방법에는 사진을 찍고, 감사기도를 올리는 것도 있지만,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