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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간 한 우물만 파며 기업을 경영해왔다. 그러나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 매일 업무 과정에서 큰소리가 난다. 앞으로 10년 정진해도 기반이 닦일지 알 수 없다. 중소기업이 기반을 닦으려 해도 10~20년 족히 걸리는데 하물며 국가정책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죽 끓듯 변덕이 심하면 나라 장래는 또 어떻게 될까.
나는 35년 전 예비고사·본고사를 치른 세대다. 이후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은 문제를 보완한다며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래서 더 좋은 교육정책이 마련됐는가. 사교육비가 줄었는가.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로 양성됐는가. 우리나라 교육정책의 최대 문제점은 매번 바뀐다는 데 있다.
2000년을 전후해 벤처창업 붐은 큰 기회였다. 많은 인재가 창업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벤처 창업자의 불미스러운 행동 때문에 `벤처 비리`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벤처기업 전체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사회문제가 됐다. 이후 창업 열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돈이 모이는 자리에는 항상 사기꾼이 있게 마련이다.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한 채, 벤처정책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제 와 다시 창업이 중요하다고 한다.
새 정부는 경제 민주화를 내세우며 대기업의 버릇을 고칠 태세다. 하지만 경제 지표에 조금이라도 이상 기운이 느껴지면 이내 쑥 들어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위상이 커진 데는 대기업의 역할이 크다. 일 잘하는 직원이 잘못한 일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만 나무라면 그 직원의 사기는 저하되고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다. 잘못을 큰소리 내어 고치려는 것은 지혜롭지 못하다. 우리는 흔히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추어다. 모든 것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요즘 창조와 창업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창조나 기업가정신은 강의를 한다고, 정책을 세운다고 금방 배양되는 게 아니다.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인을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부터 조성돼야 한다. TV드라마에 나오는 최고경영자(CEO)를 보면 하나같이 부도 위기에 몰려 허둥대고, 비리를 저지르고, 검찰에 끌려간다.
분명 훌륭한 기업인이 더 많을 터인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을 모조리 나쁜 인물로 묘사하면 되겠는가. 젊은이들이 기업인을 존경하고 미래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창조경제 분위기가 형성된다. 우리나라 여자 골프 선수를 보라. 두터운 선수층으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여자 골프 군단은 중소기업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며 깨달은 것은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는 어려움과 잡음이 늘 있게 마련이란 것이다. 정책에 반대하는 이와 타협하고 인내로 당초 목표를 지켜야 한다. 국가정책이 목소리 크게 내는 사람 따라 이리저리 방향을 틀어선 안 된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없다. 모두 긍정적인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항상 부정적인 것만을 문제 삼아 긍정적인 효과를 도외시하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책의 최대 문제점은 인내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지 못해왔다는 데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 벤처정책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고 다시 지으려는 모양새다. 사과나무를 심어 열매가 맺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해충이 생겼다고 뿌리째 뽑아버리고 난 뒤 살구나무를 심을 것인가.
정책 입안자에게 바란다. 창조경제에 희망을 품고 출발하는 정책은 정부가 바뀌어도 계속돼야 한다. 많은 잡음과 부작용이 반드시 따르지만 이를 극복할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진정한 창조경제의 성과를 성급히 구하면 안 된다. 인내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차기철 바이오스페이스 대표 kccha@inbo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