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웨어러블 컴퓨터, 모바일 뛰어넘을 혁명 이끌까

웨어러블 컴퓨터,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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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후 IT 업계는 전례 없는 변화를 겪었다. PC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컴퓨팅이 대세가 됐다. 모바일 혁명이 시작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글로벌 IT기업들은 또 다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한다. 대상은 바로 인간의 몸(Body), 입을 수 있는 컴퓨팅(Wearable Computing)이다. 과연 웨어러블 컴퓨터가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시대를 대체하고 새 시장을 열 것인가. 웨어러블 컴퓨팅이 모바일 혁명과 같은 파급력을 지닐지는 아직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클라우드와 연결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웨어러블 컴퓨팅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이다. 웨어러블 컴퓨팅이 판도라의 상자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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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후를 준비하라

글로벌 IT 업계는 스마트폰 혁신 이후 차세대 디바이스 가뭄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애플 성장을 이끌었던 고가 스마트폰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 시장조사기업 스트래티지어낼리틱스에 따르면 1분기 스마트폰 평균 판매 단가는 299달러로 처음으로 3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기존 스마트폰 하드웨어 혁신도 한계에 봉착했다. 5인치 이상 커진 화면 크기와 줄어든 베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이제 주력 제품 하드웨어 혁신은 정점에 도달했다. 평평한 직사각형 터치 형태 디자인을 바꾸는 것도 한계다. 모바일 운용체계(OS)와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생태계도 대동소이하다. 올해 나온 삼성전자 `갤럭시S4`를 비롯해 HTC `원`, 소니 `엑스페리아` 등은 뛰어난 하드웨어로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삶을 뒤바꿀 혁신적인 제품은 아니다.

스마트폰 이후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웨어러블 컴퓨터다. 구글을 필두로 삼성전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웨어러블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

◇왜 웨어러블 컴퓨터인가

웨어러블 컴퓨터란 안경, 시계, 의복 등과 같이 몸에 착용할 수 있는 기기다.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거부감 없이 신체 일부처럼 착용하고 사용하며 인간의 능력을 높인다. 웨어러블 기기는 이미 오래 전에 출현했지만 상업화가 어려웠다. 최근 스마트폰 확산과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현재 글로벌 IT 시장을 이끄는 구글·애플·삼성전자 등은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웨어러블 컴퓨팅은 기존 주도권을 연장할 수 있는 징검다리다. 스마트폰 개발로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는 웨어러블에 접목하기 편하다.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는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공존하는 기기다. 스마트폰 판매량을 꾸준히 늘리며 웨어러블 기기를 추가로 팔 수 있는 셈이다.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가 배터리와 관련 생태계 문제를 극복하고 단일 제품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 초기 웨어러블 컴퓨팅 기기는 시계, 목걸이, 안경과 같은 액세서리형에서 의류 일체형, 신체부착형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불편함 없이 입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진정한 상용화가 시작된다. 웨어러블 기기는 초기에는 특수 목적용으로 개발되거나 한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했지만 이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파고든다.

◇웨어러블 혁명 올까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올해 10대 기술로 스마트와치를 꼽는 등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크레디트 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올해 최대 50억달러(약 5조5800억원)로 추정되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2년 후 426억달러(약 47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마트폰 인구의 15%가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한다고 전망했다.

관련 벤처 투자도 증가했다. 스마트와치 개발사인 페블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트`에서 1000만달러를 모았다. 당초 10만달러가 목표였는데 100배를 투자받는 등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

웨어러블 기기는 아직 기술 수준이 낮고 핵심적인 소비자 가치를 발굴해야 하는 초기 단계다. 서기만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내놓은 `컨버전스의 대명사 스마트폰 다이버전스의 신호탄 웨어러블`이라는 보고서에서 “당장 웨어러블 기기의 실용적 가치에 의문은 여전하고 기술적, 상업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 개발도 쉽지 않다”며 “웨어러블 성공을 위해서 미래와 현실 사이에 놓인 간격을 최소화하고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이 형성한 시장을 최대한 이용해 소비 시장을 만들고 필요 자원을 축적하는 시점이다.

당장 웨어러블 시장은 단순하지만 확실한 용도를 추구할 전망이다. 나이키 퓨얼밴드처럼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고 생산 단가도 저렴한 형태다. 스마트폰의 기능을 십분 활용해 기술적, 상업적 부담을 줄이는 형태가 유력하다.

서기만 연구위원은 “웨어러블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히 통신이나 건강을 보조하는 단말이 아니다”라며 “인간의 두뇌를 보조하는 기기로 성장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