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오덕환 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

8월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의 기조발제는 오덕환 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가 맡았다. 그는 “소프트웨어(SW) 기술에 강점이 있는 업체가 결국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다”며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오 대표가 `미국 테크놀로지 M&A 트렌드(Technology M&A Trends in USA)`를 주제로 발표한 강연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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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강원도 센추리21리조트에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에서 오덕환 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가 `미국 테크놀로지 M&A 트렌드`를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원주=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m

◇한국, 투자할 만한 SW업체 없었다…테크서핑에 올라타는 기업 원해

미국 M&A 트렌드를 말하기 전에 나의 경력에 대해 언급하겠다. 매 순간 느꼈던 한계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1980년대 초반 삼성전자에 근무하면서 SW 분야에 발을 들였다. 이후 리서치아시아를 창업하고 몇 년 뒤에 데이터퀘스트에 팔았다. 이른바 요즘 말하는 성공적인 엑시트(EXIT)였다. 2년간 인수인계를 하면서 10개 나라를 커버했다. 1900년대에는 가트너그룹 리서치 총괄로 있다가 중국 1호 벤처캐피털인 IDG벤처스로 넘어갔다. 2008년 1억달러 자금을 갖고 한국에 들어와 IDG벤처스코리아를 창업했다. 당시 SW에 투자를 하려고 했는데 한국에는 하드웨어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는 한국 SW업체는 상장하기도 힘들고 제대로 밸류에이션도 나오지 않는다고 만류했다. 시장이 작다보니 투자를 하기도 힘들었다. 9개 기업에 35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실리콘밸리 제이무어파트너스에서 테크놀로지 M&A를 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IT기업을 발굴해서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술업체에 M&A를 시켰다.

글로벌 IT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1960년대는 메인프레임 시대였다. 1970년대 미니컴퓨터, 1980년대 PC시대를 거쳐 2000년대 모바일 인터넷, 2014년은 웨어러블(입는) 컴퓨팅과 어디서나 연결되는 커넥티드(connected) 시대가 됐다. 시대의 흐름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1990년대 잘나가던 삼보컴퓨터가 갑자기 파산한 이유는 1980년대 PC 시장 트렌드를 따라갔기 때문이다. 역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웨어러블 컴퓨팅 시대에 누가 파도에 올라타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예전 데스크톱 시대에는 스타트업 창업 규모가 20~30명 수준이었다. 시드머니도 5억원이나 되어야 가능했다. 구글 같은 업체들이다. 이들은 기업공개(IPO)로 돈을 벌었다. 요즘은 달라졌다. 작고 가벼워졌다. 3~5명이 5000달러 시드머니로 창업한다. 이들은 M&A로 엑시트하는 것을 성공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것이 인스타그램이다. 지난해 구글에 120억달러에 팔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런 역량이 되는 기업이 나올지 의문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환경적으로 힘들었다. 특히 한국은 IPO하는 데만 12년이 걸린다고 한다. IPO를 할 때면 이미 최신 기술이 아니다. 미국은 3년이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플랫폼 프로바이더에 매각될 수 있는 것이다.

◇SW가 희망…테크기반 업체만이 M&A 성공한다

최근 미국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곳이 SW다. 중점 지역도 새너제이, 서니베일, 마운틴뷰, 팔로알토, 소마 등으로 계속 바뀌고 있다. SW 경쟁력을 확보해야 글로벌로 나가는 데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IPO를 한 것을 뽑아보았다. 10개 기업 중에 페이스북, 카약 등 서비스 플랫폼을 제외하곤 모두 SW업체였다.

더 세분화해서 보면 징가, 페이스북, 그루폰 등은 모두 B2C 모델이다. 돈 내고 쓰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이용자를 모으는 데 주력했다. 상장해보니 주식 값이 급락했다. 이런 분야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투자도 못 받는다. 반면에 링크드인, 가이드와이어, 워크데이 등은 기업 인사조직 등에서 꼭 필요한 서비스다. 이들은 돈을 내고 쓴다. 상장해보니 주가 흐름도 좋다. 이 분야가 지금 가장 뜨겁다.

실리콘밸리 투자 트렌드는 무엇일까. 지금 `핫버즈워드(Hot buzz word)`는 엔터프라이즈 분야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법률적인 제재 때문에 성장이 힘들다. 모바일은 실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흐름으로 갈 것이고 소셜, 빅데이터, 보안 등은 계속해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은 모든 산업에 테크놀로지 디스트럽션(SW)이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이미 은행, 증권, 의료 등의 분야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다만 아쉬운 건 모바일 지불결제(페이먼트) 서비스다. 우리나라 업체가 SW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금융권 보안 때문에 힘들다.

그렇다면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좋은 인재, 기술은 기본이다. 갖고 있는 SW가 유니크한지, 패턴을 갖고 있는지, 팀이 잘 구성되어 있는지는 기본이다. 시장이 문제다. 한국 업체에는 이렇게 조언한다. `X축으로는 범위를 넓히고 Y축으로는 유니크한 서비스를 만들어라. 그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 면적(테리토리)이다`. 사실상 사업을 시작하면 중도에 아이템을 전환(피보팅, pivoting)하는 것은 창업하는 것보다 더 힘들다. 늦게 깨닫는 기업들이 많다. 어영부영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제이커브를 지나고 목표 시장이 작았다고 후회한다. 이것도 2000년대에 다 나왔던 이야기다. 늘 같은 이야기가 반복된다.

테크서핑(테크 파도에 올라타는 것)을 굉장히 잘해야 된다. 글로벌 서비스 모델이 한국에서 성공할 순 있지만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 모델을 가지고 글로벌로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테크 기반 업체가 나가야 된다. 그게 SW다. SW가 핵심이다.

◇글로벌창업지원센터의 꿈…`본투글로벌(born to global) 키운다`

얼마 전 글로벌창업지원센터 대표가 됐다. 왜 본투글로벌인가. 세계적으로 실업률이 높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작다. 5000만 인구가 아니라 70억 인구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 그간 우리나라 수출 경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하드웨어 기업이 견인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SW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시기다. 글로벌라이즈가 국가적인 어젠다가 됐다.

스타트업을 소싱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높여 외국 네트워크를 통해 진출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 우선 국내 대학 창업교육기관이 270여개가 된다. 개인 액셀러레이터, 비즈니스인큐베이터(BI)도 상당히 많다. 우리 센터는 이들처럼 보육하고 액셀러레이팅하는 기능은 없다. 다만 우리 센터 내 미국, 중국, 일본계 벤처캐피털리스트(VC)를 통해 진출을 도울 수는 있다. 향후 스타트업 아카데미도 만들 것이다. 미국 플래그앤드플레이, 테크스타 등 보육전문기관이 실리콘밸리에 많다. 우리 역시 아이디어나 컨셉트만으로 뽑아서 중점적으로 키울 것이다. 각종 경진대회를 통해 발굴된 기업도 만난다. 두 번째는 2주마다(바이위크) 불러서 포럼을 개최한다. 글로벌 스피커나 로컬 전문가들이 자문위원 등으로 스타트업에 다양한 얘기를 해줄 수 있다. 멘토링을 자주 하는데 2000년도에 성공한 기업인들도 이미 카프만재단을 통해 준비를 완료했다.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11명으로 이뤄진 어드바이저리(자문) 그룹을 만들어서 상시적으로 주둔한다. 나머지는 외부에 아웃소싱도 준다. 원스톱(one stop) 서비스가 가능하게끔 만든다.

글로벌창업지원센터가 다른 곳과 차별화된 것은 `내비게이팅(navigating)을 확실히 해주자`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할 수 있는 지역이 어딘지 발굴하고 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해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가이드를 해주는 게 목표다. 단순히 공간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자문(컨설팅 어드바이저리) 서비스가 주요 목표다. 아이디어와 컨셉트만 있는 사람들이 들어와 엑시트까지 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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