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자전거에 기술과 콘텐츠를 실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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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인터넷 속도와 편리한 접속 환경이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이 된 근원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산업은 근간이 되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까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전국적으로 구축된 또 하나의 인프라가 있다. 바로 국토 종주 자전거길이다. 이에 발맞춰 자전거 관련 시장이 급속 성장 중이다.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1000만원 넘는 자전거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고, 스마트폰 거치대나 속도계 장착은 기본이다. 모 통신사가 출시한 자전거 전용 내비게이션 앱은 큰 인기를 모았다.

자전거 산업의 중심축을 ICT 산업이나 관광·레저 및 콘텐츠 산업으로 옮기면 어떨까. 보조 교통수단이 아닌, 레저 및 관광의 수단으로 본다면 자전거는 최신 기술을 찾는 사용자 요구가 많다. GPS를 이용해 최적의 주행 코스를 찾고, 그룹 라이딩을 위해 동료들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동료들과 일대일 또는 다자간 대화도 필요하다. 주행 중 보게 되는 아름다운 경관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담아 지인들과 나누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주행 정보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해 건강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다. 야간 주행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 습득과 활용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정보기기 활용이 일반적 상황과는 다르다. 손의 사용이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효과적인 인터페이스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구글 글라스와 같은 제품이 이 용도에는 제격이다. 사실 증강현실 기술이 소개된 지 꽤 오래됐는데도 아직 이렇다 할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찾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사용자 입장에서 안경 착용이라든가 음성인식 기술의 불편함을 감수할 만한 활용처를 찾지 못해서다.

자전거는 안전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헬멧과 안경을 써야 하고 이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정보에 대한 액세스가 필요하기 때문에 증강현실 기술과는 궁합이 잘 맞는다. 구글 글라스와 결합한 스마트 헬멧도 생각해볼 만하다.

자전거 도로는 폭이 좁고, 주변 환경 제약이 꽤 있기 때문에 기존 GPS 신호로만 정확한 주행 정보 제공이 어렵다. 골목길까지 세심하게 표현하는 5~10m 단위 지도 개발을 포함한 종합적인 자전거 주행 전용 내비게이션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국토 종주 자전거 도로에 대한 입소문이 해외에까지 퍼지면서 최근 해외의 자전거 마니아들이 한국을 찾는 일이 늘었다 한다. 한국관광공사는 자전거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관련 상품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입국한 외국인이 자전거를 쉽게 빌려 원하는 관광지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스마트 자전거 관광 인프라가 있다면 세계적인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키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자전거 동호인들은 최근 자전거 앱을 이용한 일종의 게임도 즐긴다. 그날그날 주행한 거리, 주행 속도 등에 따라 앱 내에서 랭킹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기록 경쟁뿐 아니라 자신의 기록과도 경쟁하면서 재미가 쏠쏠하고 건강도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최근 스마트TV와 연동되는 자전거 게임도 출시됐듯 자전거를 이용해 온·오프라인으로 즐길 수 있는 참신한 형태의 게임들이 개발된다면 새로운 게임 장르를 창출할 수 있다.

스마트 기기의 발전과 대중화, 자전거 도로 인프라의 구축에 따라 이제 자전거 ICT융합 산업이 캐즘을 넘어 한 단계 점프할 수 있는 시점이다. 친환경, 웰빙, 중앙·지방의 상생 등 관점에서 보면 가장 창조경제적인 산업 중 하나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휴대폰, 온라인게임과 더불어 충분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이대현 한국산업기술대 게임공학과 교수 daehyun.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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