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402>브리꼴레르는 강연 자료를 어떻게 만들어서 풀어 가는가?(3)

많은 강연자가 준비한 자료를 갖고 강연장에 가는 동안 또는 강연장에 도착해서 현장 분위기를 익힌다. 그 즈음에서야 준비한 자료의 순서를 바꿔야 더 강하게 소구할 수 있다거나 아예 특정 부분은 생략하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그날 강연장 분위기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강연 시작 최소 30분 전에 도착, 현장 분위기를 보고 오늘 청중의 특성을 다시 생각해보면서 전반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를 다시 구상하면서 강연 자료를 최종 점검하는 과정이 필수다. 어렵게 느껴지는 자료는 과감하게 삭제하고 보다 쉬운 내용으로 바꿔야 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나는 강연 시작 5분 전까지 강연 자료를 수정한다. 똑같은 자료라고 할지라도 그날 청중의 수준이나 취향, 직업, 남녀비율, 연령 등을 감안해 임기응변력을 발휘, 철저하게 청중의 시각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각오로 무대 위로 올라간다. 몇 가지 메시지를 던져놓고 청중의 반응을 살펴본 다음 적절한 반응이 오는지를 점검하고 의도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으면 즉흥적으로 몇 가지 준비한 대안 중에서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 즉 초반에 어느 정도 청중의 반응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의도했던 반응이 나타나지 않고 썰렁해진다는 느낌이 들면 보다 쉽고 재미있으며 의미심장한 메타포나 내가 직접 체험한 에피소드로 분위기를 다시 다잡는다. 심지어 강연 자료를 제시하는 순서를 바꿔야 되는 일도 발생한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청중이 나에게 몰입한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 이제 마음껏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동적인 강연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강연이 성공적으로 본궤도에 오르면 청중의 눈동자를 살펴보고 표정을 보면서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강연을 풀어 가기가 수월해진다. 강연은 연사의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 아니라 청중과 그날의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합작품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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