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 손바닥만한 휴대폰에서 신호가 울리자 철수씨는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화면을 터치한다. 화면 속 아내는 재킷 하나를 들고 있다. 쇼핑을 나섰다가 철수씨에게 어울리는 옷을 본 모양이다. 재질과 재킷 전체 모습을 보고 싶은 철수씨는 화면 구석의 `홀로(holo)` 버튼을 누른다. 순식간에 휴대폰 위로 입체 영상이 나타난다. 손가락을 돌리는 대로 영상이 돌아가고 제품에 만족한 철수씨는 아내에게 경쾌하게 말한다. “괜찮네. 하나 부탁할게!”
2020년경 펼쳐질 홀로그래피 서비스 사례다. 홀로그래피가 롱텀에벌루션(LTE) 다음 이동통신으로 꼽히는 5세대(G) 통신의 핵심 플랫폼, 콘텐츠로 떠오른다. 무선으로 기가급 데이터전송이 가능한 기가코리아 프로젝트와 함께 360도 입체영상을 모바일에서 구현하는 홀로그래피 통신 연구개발(R&D)도 동시에 출발선에 섰다.
그리스어로 완전함을 뜻하는 `홀로스(holos)`와 그림을 의미하는 `그래마(gramma)`의 합성어인 홀로그래피는 360도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두 눈의 시차를 이용한 현재 3D 영상 기술보다 훨신 현실감 높은 콘텐츠를 전달 할 수 있다.
홀로그래피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실현됐다. 하지만 엄청난 데이터량, 광학기술의 한계 등으로 아직 널리 쓰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공연 등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래피 영상은 고해상도 프로젝터를 이용해 대형 투명막에 영상을 투사하는 `플로팅 방식`으로 완전한 홀로그래피로 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2015년 부터 유사 홀로그래피 서비스가 시작되고 2020년이 지나면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 홀로그래피 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홀로그래피 5G `기가코리아` 프로젝트 핵심
360도 전환이 가능한 홀로그래피가 구현되려면 수백개 레이저 포인트가 대용량 데이터를 한 공간에 쏴야한다. 휴대폰 수준에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말, 네트워크 등에서 종합적인 혁신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를 위해 2020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기가코리아` 프로젝트에서 홀로그래피 기술을 개발한다.
기가코리아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집은 물론이고 외부에서도 3D안경 없이 입체영상을 감상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 위에서 예로 든 쇼핑은 물론이고 홀로그래피 영상통화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모바일 홀로그래피 단말을 포함해 모니터 등 개인용 고정 단말 기술은 물론이고 홀로그래피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콘텐츠, 네트워크 기술을 확보한다.
기가급 대용량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미디어 플랫폼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초다시점 홀로그램 콘텐츠용 기가급 고속 정보처리 엔진 기술, 실감형 디스플레이 기술, 양방향 홀로그램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다. 얼마든지 선점이 가능한 시장이다.
때문에 홀로그래피 서비스를 최종목표로 하는 과정에서 C(콘텐츠)-P(플랫폼)-N(네트워크)-D(디바이스) 등 종합적인 생태계가 마련될 수 있다. 김흥남 ETRI 원장은 “기가코리아 프로젝트가 네트워크, 단말, 플랫폼, 콘텐츠 등 IT산업 전 영역에서 융합산업 동력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며 “생태계 전 영역에서 핵심 원천기술과 지식재산권 확보로 국민 삶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생활 접목과 차세대기술 개발 병행으로 접점 찾아야
홀로그래피 기술은 전시, 공연, 콘퍼런스, 엔터테인먼트(게임, 영화) 등 산업 전반에서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홀로그래피에 대한 투자를 서두른다. 미국은 MIT, 코네티컷, 버지니아 공대 등에서 △5인치급 디스플레이 △광주사 기술 △데이터 처리방법을 확보했고 유럽도 연합(EU) 차원에서 △항공용 자동 물체인식장치 △자동 물체추적 장치 △공장 자동화용 형상인식 장치에 적용 가능한 초고속 홀로그래픽 디지털 광상관기와 대용량 저장장치 개발에 돌입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2000년대 후반부터 동경대를 중심으로 상호 인터랙션이 가능한 홀로그래피 통신기술 연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실제 사용 가능한 홀로그래피 기술을 산업 전반에서 늘려가면서 차세대 기술과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모바일, 대용량 입체영상을 구현하기 어렵지만 홀로그래피 기술이 대형 공연·전시나 위조방지 태그에 쓰이는 현실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홀로그래픽 프린터, 홀로그램 현미경, 홀로그램 계측기 등 응용분야도 아직 무궁무진하다.
기가코리아 사업에 참여하는 한 관계자는 “기가코리아 사업은 홀로그램 등 미래 기초·원천 기술 확보와 맞닿아 있다”며 “미국, 유럽 등 기술 선진국에 종속되어온 현실을 타파하고 차세대 스마트 실감 기기와 서비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