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유니스 붐 위한 초강수
IBM이 유닉스 사업 부흥을 위해 초강수를 꺼냈다. 세계 유닉스서버 시장 점유율 1위인 파워시스템의 파워칩 라이선스를 다른 업체에 개방하고 유닉스 생태계를 조성해 제2의 유닉스 붐을 일으킨다는 계획이다. 모바일 칩 제조사 ARM과 같은 사업 모델로 유닉스 진영에 파란이 일 전망이다.
7일 로이터와 PC월드 등 주요 외신은 IBM이 `오픈파워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자사 유닉스서버에 쓰이는 파워칩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참여 업체에 개방한다고 보도했다. 칩을 제어하는 펌웨어도 오픈소스로 제공한다.
컨소시엄에는 구글과 엔비디아, 대만 서버 공급업체 타이안컴퓨터, 이스라엘 칩 설계업체 멜라녹스테크놀로지스가 참여한다. 참여 업체는 IBM이 제공하는 라이선스를 기반으로 자사만의 파워칩과 유닉스서버를 제작해 사용할 수 있다. IBM은 이들과 협력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위한 서버와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개발한다.
ARM이 기술과 디자인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로 모바일 칩 시장을 석권했듯이 IBM도 유닉스서버의 재도약을 노린다. 인텔이 점유한 데이터센터의 고집적 x86서버를 유닉스서버로 대체하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오픈파워 컨소시엄은 파워칩 기반 혁신을 원하는 기업 모두에 언제나 열려 있다는 게 IBM 측 설명이다.
IT 환경이 유닉스에서 x86서버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변화하고 빅데이터 분석 중요성이 커진 것이 라이선스 개방 배경이다. 구글은 사용 측면에서 빅데이터 분야 최대 업체며 서버 소비량 역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엔비디아는 서버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연산 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해 다양한 시스템 기술을 보유했다. 여러 파트너와 손잡고 파워칩의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게 IBM의 전략이다.
파워칩은 IBM이 유닉스서버 시장에서 꾸준히 선두를 지킬 수 있게 해준 핵심 요인이다. IBM 시장 점유율은 세계 시장에서 70%, 한국 시장에서도 50%에 가깝다. IBM은 파워칩을 쓴 유닉스서버 `파워시리즈`로 메인프레임 이후 유닉스서버 전성기를 이끌었다.
IBM 유닉스서버 사업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텔 x86서버 성능이 높아지며 위기를 맞았다. 여러 기업에서 비용 부담을 이유로 x86서버로 다운사이징을 추진했다. 세계 시장에서는 x86서버가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초 x86서버가 처음으로 점유율에서 유닉스서버를 넘어섰다.
지난 2분기 IBM 파워시스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금융권을 비롯해 여전히 주요 업무에는 유닉스서버가 사용되지만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파워칩 라이선스 개방`은 IBM이 시장 상황 반전을 위해 내놓은 회심의 한 수다.
스티브 밀러 IBM 소프트웨어&시스템 부문 부사장은 “파워 아키텍처의 기능과 기술이 조합되면 여러 산업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컴퓨팅 세계를 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