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IT 코리아의 명성을 떨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0년대의 초고속망사업과 2000년대의 광대역망사업이라는 범정부 전략에 힘입은 바 크다. 1994년에 발표한 `초고속정보통신기반 구축사업`은 21세기에 대비한 선행적 국가기반구조 확충을 위해 음성, 데이터,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국가미래전략이었다. 2015년까지 민관이 공동으로 45조원을 투자해 약 100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거대구상이었다.
2000년대 초 이미 세계 최초로 전국 단위의 초고속인프라 확보에 성공한 정부는 이번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국가단위 광대역통합망 구축이라는 또 한 번의 미래전략사업을 추진한다. 초고속정보통신사업이 개별 정보를 묶는 통합전송로 기반구축이라면, 광대역통합망 사업은 통신, 방송, 인터넷 등 개별 매체를 통합하는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정보인프라 구축전략이었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시스코 라이브 2013`에서 지금 우리는 사람, 사물, 데이터가 연결되고 이들이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 시대를 목격하고 있다고 주창했다. 그는 2012년 말 현재 1조5000억개의 전 세계 단말 중 단지 0.6%에 불과한 100억 개 정도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 뿐이지만, 모든 것이 인터넷에 초연결되는 2022년에는 14조40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이 부상할 것으로 예견했다.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스마트 혁명의 도도한 물결을 목격하고 있다. 지금은 지구상의 물리적 세계를 송두리째 인터넷 생태권으로 편입되는 만물인터넷 패러다임으로의 대전환이라는 과도적 시대다.
이 시점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또 한 번 인류문명사적 변혁 시대를 선도하는 거대도전에 나설 수 없을까. 사물이 인터넷으로 엮어지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과 함께 GIS·GPS 등을 기반으로 모든 현실공간이 인터넷에 올라가는 공간인터넷(Internet of Space)이 우리 생활 세계를 에워싸고 있다. 지난 20년간 인터넷이라는 지구 차원의 편재형 인프라가 형성됐다면 앞으로 20년은 대부분의 사물과 공간이 초연결되는 디지털 행성 시대로 이행할 것이다.
바로 여기서 대한민국은 거대한 기회를 부여잡지 않으면 안 된다. 2020년이면 60억 인구가 스마트 디바이스의 주체가 되고, 1000억 개에 달하는 문명의 이기가 인터넷의 단말로 대전환된다. 우리는 지구상에서 미래국가 인프라의 선제적 구축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나라다. 또 근대화, 정보화로 이어지는 미래국가전략에 성공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다시 한번 국가역량을 모아 미래국가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전략적 접근을 할 때가 왔다. 만물지능통신기반 구축이라는 공급전략과 함께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실현, 맞춤형 고용〃복지문제 해결 등 국정 목표와 연계한 다수의 메가 프로젝트도 함께 발굴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래 인프라 공급전략과 선도 수요 창출을 세계 최초로 구현하는 미래창조특구를 전국의 거점별로 구축해 창조경제 성공모델을 만들고 민첩하게 전국으로 확산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트리플 전략이 입체적으로 실행된다면, 우리는 디지털 행성시대의 인류문명 선도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다.
새 정부가 미래창조과학부와 미래전략수석이라는 미래창조국가 전략체제를 꾸린 지도 벌써 반년이다. 이제는 21세기형 근대화, 50-50클럽으로 진입하는 장대하고 통쾌한 그랜드 디자인을 제시할 때가 되었다. 새로 임명된 미래전략수석에게 기대를 걸어보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염원일 것이다.
하원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wgha@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