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나라 대기 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기준을 강화하자 정유업계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경영상황에서 연료품질 기준이 높아지면 시설투자 등 추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7일 환경부와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당초 목표로 잡았던 선진국 수준 대기 질 향상을 위해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기준 강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006년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자동차연료 환경품질등급제 도입 등으로 대기 질이 많이 향상됐으나 당초 잡았던 10년 이내 OECD 등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겠다는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미세먼지 감소 등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기준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기준을 강화하고자 지난 2009년 석유관리원에서 `차기(2012년 이후) 자동차연료 제조기준 설정 연구`를 수행한 바 있으며 이를 토대로 올 하반기에 관련 제도 개선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석유관리원이 수행한 차기 자동차연료 제조기준 설정 연구에서 제시한 두 개의 `기준안`은 휘발유·경유·액화석유가스(LPG) 등 모든 자동차연료의 환경품질 기준을 현 수준보다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준안은 휘발유 방향족화합물 부피, 올레핀함량, 유출온도 등의 항목을 강화할 것을 제시했으며 경유는 다고리 방향족, 방향족화합물 무게 부분을 강화할 것을 권했다. 이 같은 항목의 기준을 강화하면 미세먼지와 녹스 등 자동차가 배출하는 대기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다.
연구에서 제시한 두 개의 기준안은 모두 환경편익 고려 시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안보다 더 강력한 2안을 충족하려면 정유사가 수 조원의 시설투자를 해야 하지만 환경편익과 비교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석유관리원은 분석했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정유사는 관련업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토로했다.
정유업계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연료 환경품질 기준이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더 강화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과거처럼 연료 품질을 강화하면 대기 질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미 한계 수준에 올라와 있기 때문에 연료 품질을 강화한다고 해서 눈에 띄는 효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기 질 향상을 위해 자동차연료 품질을 개선하는 것보다 중국에서 날라 오는 먼지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연료 기준만 강화하는 것은 먼지가 많이 날리는 공장 안에서 비싼 돈 들여 혼자 공기청정기를 돌리는 모양과 같다”고 말했다.
차기(2012년 이후) 자동차연료 제조기준 설정을 위한 연구
자동차용 휘발유 제조기준(안)
자동차용 경유 제조기준(안)
[자료:석유관리원]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