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아담의 갈비뼈와 창조경제

성경은 `하나님께서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 이브를 만드셨다`고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이브를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을까. 아담처럼 흙으로 빚을 수도 있고, 새로이 창조할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동식물을 이용해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왜 아담의 갈비뼈를 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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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전하는 영역에서의 여러 가지 상징적 의미와 배경은 차치하고, 우리의 과학 지식 관점에서 생각해볼 때 분명한 것은 하나님의 선택은 탁월했다는 점이다. 다소 엉뚱한 해석이지만 과학적 상식으로 볼 때 성(性)이 다른 또 하나의 사람을 만드는 일이니 만큼 가장 DNA가 흡사한 인체 일부분을 이용하는 것이 새로 흙으로 빚는 것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산관학연 곳곳에서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정책과 계획이 제시됐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일부는 경제계, 산업계 곳곳에선 이미 실제 추진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창조경제` 실체를 보여 달라는 주문이 그치지를 않는다. 지난 반년 무엇을 했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마치 `이브`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담의 갈비뼈가 아닌, 전혀 다른 `무엇`에서 새롭게 이뤄내야 진정 의미가 있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불과하다. 가장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현재 존재하는 기반 위에 새로움을 얹는 것도 광의의 창조다. 그것이 제도건 기술이건 마찬가지다.

창조경제 키워드의 하나로 융합이 재부각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A와 B가 만나 새로운 C가 만들어지는 것도 융합이지만, A`, B`라는 시너지도 융합의 창조적 결과물의 범주다. 융합의 성공모델을 타 산업으로 확산하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성공모델을 만들어 다시 또 다른 한계에 도전하는 선순환구조 모두가 창조경제를 일구는 토대이자 성과물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스마트가전의 생태계 성공 모델을 자동차산업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1차원적이고 뻔한 발상이라고 폄하해 버리면 발전적 창조는 불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혁신이 녹아들고 창조적 결과가 탄생하는 것이다. 비록 흙으로 새로 빚지 않고 아담의 갈비뼈를 활용했지만, 그렇게 탄생시킨 피조물 이브는 아담 이상의 창조적 존재인 것과 같은 이치다.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새로운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정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은 실물 기반의 실행력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을 구상해 내는 것만이 창조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떠올리려 머리를 쥐어짜는 것만큼이나, 경험을 발전시켜 더 큰 시너지를 추구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미 세계도 경험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우리가 기치를 내건 `창조경제`와 이름은 다르지만 세계 선진국들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면서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제조업 다시 보기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눈에 보이는 실물과 경험에 기반을 두고 새로운 부가가치 및 혁신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나선 것이다.

그림을 위한 그림이나 보여주기 위한 새로운 목표보다 `과거에 다 해봤던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과거 경험했던 성공과 실패에 기반을 둔 `이브`를 창조해 가야 한다. 다양한 DNA의 `아담의 갈비뼈`가 새로운 창조물 `이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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