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를 이끌 우수 이공계 인력을 채용하는 데 상당수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예비 공학박사는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에 가거나 창업을 선호하는데 비해, 한국의 경우 기업보다는 대학에 취업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일 전경련이 인사담당자 1023명을 대상으로 이공계 채용의 어려움을 조사한 결과, 67%가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A그룹 인사담당자는 “기업은 안정적이지 못하고, 원하는 연구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많은 이공계 고급 인력이 기업보다 대학에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어려움을 털어놨다. 실제로 전경련이 예비 공학박사 155명을 대상으로 향후 진로를 설문한 결과, 37%만이 기업을 선택했다.
동 설문에서 국내 예비 공학박사들은 졸업 후 진로 선택에서 배운 지식을 사업화로 연계하는 기업이나 창업(47%)보다는 학문적 성과를 위한 대학(53%)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 예비 공학박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과 달리 대학(32%)보다 기업이나 창업(68%)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장은 “창조경제를 이끌 핵심 인재는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인력”이라며 “이런 인력이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는 대학과 공공연구소만을 목표로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또 “우수한 연구 인력을 기업에 오게 하려면 기업 현장에서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재가 대학교수로 채용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같은 조사결과에서 미국은 공학박사가 한국보다 21%나 높게 비즈니스 필드로 진출하려는 것으로 드러나 도전정신에서 우리나라와 비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팀장은 “미국은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려는 마인드가 강한 데 비해, 우리나라는 논문을 통한 성과를 중시해 연구결과를 부가가치로 연결하려는 동인이 약하다”고 지적하면서 “창조경제는 결국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