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7년 3월 6일 고종 황제 당시 경복궁 내 건청궁에 처음 들어왔다. 수명이 짧고 자주 꺼지고 돈까지 많이 들어 `건달불(乾達火)`이라 불렸다. 민간에 보급된 것은 1898년 서울에 한성전기주식회사가 설립되면서부터다.
1950년대가 돼서야 숙련공들이 직접 만들어내 일반 가정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이후 우리 서민의 빛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했다.
백열전구 얘기다. 백열전구는 과학자 에디슨과 조셉 윌슨 스완이 1879년 발명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 이후 발견한 두 번째 불`이라고 불렸다.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백열전구가 정부의 퇴출 계획에 따라 내년부터 국내시장에서 생산과 수입이 전면 중단된다. 이미 2007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는 퇴출 권고가 결의되기도 했다. 백열전구는 세계적으로 사라져가는 추세다.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누구나 백열전등의 추억이 한두 가지는 있을 듯싶다. 백열등의 노란불빛은 집 안을 밝히기도, 포장마차의 술자리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집 화장실은 백열등이 내려다보고 있다. 퇴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백열등 단계적 판매 금지, 집 전구 바꿔야겠다” “백열등 단계적 판매 금지, 뭔가 아쉽다”는 반응이다.
백열등이 퇴출되는 것은 전기에너지의 95%를 열로 낭비하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라는 오명 때문이다. 대신 고효율 조명기기로 대체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안정기 내장형 램프는 66%, LED 램프는 82%의 전기절감 효과가 있다. 약 3000만개의 백열전구를 전량 LED 램프로 대체하면 약 4500억원 시장이 새로 생긴다.
가뜩이나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사람들이 추억하는 따뜻한 불빛이 사라지는 것이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백열등의 노란 추억이 아닌 LED 조명의 고효율을 먼저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조성묵기자 csmo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