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장지배 악용 없는 게 동반성장 출발점

시장지배적사업자라는 경제 용어가 있다. 독과점업체란 용어가 일반에겐 더 친숙하다. 시장을 독과점해 경쟁사 진입을 막거나 소비자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으니 정부 규제 대상이 된다.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됐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공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아닌 기업이라고 꼭 공정하게 거래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넷 대기업인 NHN은 시장지배적사업자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어느 법에도 이렇게 규정해놓은 게 없다. 이렇게 하는 게 옳으냐는 법리 논란도 있다. 하지만 NHN이 인터넷 시장을 독과점한 기업이라는 점에 대해 이론이 없다. 법 규정이 없다 해도 사실상의 시장지배적사업자다.

아무리 시장을 독과점해도 이를 악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규제할 필요가 없다. 최근 NHN을 향해 쏟아진 비판을 보면 그간 악용해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 점에서 김상헌 NHN 최고경영자(CEO)가 29일 세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협력사 보호와 검색 공정성 제고, 펀드 조성을 뼈대로 한 인터넷 상생 협력 방안을 내놨다. 인터넷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임에도 건전한 산업 생태계 구축은커녕 더 교란시켰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던 이 회사가 뒤늦게 내놓은 반성문인 셈이다.

산업계는 무엇보다 콘텐츠 협력사와의 공정 거래를 위한 협의체 구성과 표준 계약서 도입을 주목한다. 1000억원을 들여 조성하겠다는 새로운 펀드보다 산업 생태계와 밀접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것만 제대로 하면 공정 경쟁 의지를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이날 발표를 다가올 규제를 회피하려는 꼼수로 보는 시각도 일부 있다. 선의를 색안경 끼고 볼 것은 아니다. 발표 내용을 보면 나름 고민한 흔적도 있다. 다만, 외부의 왜곡된 시선을 불식시키려면 NHN 스스로 더욱 노력해야 한다. 발표한 내용도 아직 선언적인 수준에 머문다. 어떻게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 시점도 명확하지 않다. 서둘러 구체화해야 선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협력사들이 NHN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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