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산발적인 전자정부 수출 지원사업, 헛 돈 쓴다…컨트롤 타워 마련 시급

전자정부 수출지원 이대로 좋은가

안전행정부의 전자정부 관련 국제 협력과 저개발 국가 대상 전자정부 교육 제공. 기획재정부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일환인 전자정부 경험 전수 컨설팅 사업.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한 해외 전자정부 사업 지원. 외교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해외 전자정부 원조사업.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해외 전자정부 컨설팅 지원 사업. 국토교통부의 해외 공간정보 사업 지원과 해외 u시티 시장 분석. 대한지적공사의 해외 공간정보 원조 사업. 서울시의 위고(WeGo) 회원 도시 대상 전자정부 마스터플랜 수립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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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저개발 국가 등을 대상으로 한 우리나라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전자정부 해외 지원 사업이다. 문제는 이 많은 전자정부 해외 지원 사업이 서로 간에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기관별로 분산 추진되는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이 많은 돈을 쓰고도, 국내 기업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는 `헛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

◇기재부·외교부·국토부·안행부, 지원 사업 협의 안해

가장 큰 문제는 각 부처와 기관별로 이뤄지는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 협업체계 없이 개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부처는 기재부, 외교부, 국토부, 미래부 등 힘이 있거나 거대 부처다. 전자정부 수출 주무부처인 안행부와 협력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다. 자체 예산이 충분해 굳이 협력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전자정부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가장 많은 예산을 집행하는 곳은 기재부다. 기재부는 연간 KSP 사업으로 230억원을 집행한다. 이중 20%가 전자정부 등 정보화 컨설팅 사업에 집행된다. 수출입은행을 통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사업은 더욱 크다. 최근 10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통합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지원할 정도다. 그러나 기재부와 수출입은행이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발굴하거나 선정할 때 안행부 관계자가 참여하거나 논의를 하는 경우는 전무하다. 대부분 교수나 기업관계자들이 외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외교부의 KOICA 지원사업도 마찬가지다. KOICA 해외 사무소장이 지원 사업 규모를 개인 실적으로 여겨 무리하게 예산을 집행,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추진한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가 3년간 520만달러(약 57억원)를 지원, 구축한 몽골 정부통합데이터센터가 대표적이다. 몽골은 최근 주민등록 전산화 작업에 착수하는 등 정부 업무 전산화가 초기 단계다. 부처별 정보시스템조차 없는 나라에 우리나라를 제외한 세계에서도 운영 사례가 드문 정부통합전산센터를 구축해 줬다.

현재 몽골 정부통합전산센터는 본래 취지에 맞게 활용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많은 금액을 지원했지만, 해당 국가 예산으로 추진하는 후속 사업도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 NIPA 등의 공간정보 및 전자정부 해외지원 사업도 부처 간 협의 없이 추진돼 산발적 지원에만 그친다. NIPA가 옛 지식경제부 산하 시절 당시 행안부와 협력을 진행했지만, 미래부 산하기관으로 변경된 후에는 그나마도 사라졌다.

안행부 관계자는 “전자정부 해외수출을 추진하는 부처와 기관에서 사업을 발굴, 선정하는 데 사전에 협의를 진행하자는 요청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개별 지원으로 대형 후속 사업 수주 못해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이 분산됨에 따라 다수 컨설팅 사업을 국내 기업이 수행했음에도, 대형 후속 사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부처 간에 충분한 협력 없이 지원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후속 대규모 전자정부 구축 사업이 발주될 만한 타깃 국가를 선정, 집중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각 부처와 기관이 모두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나라의 컨설팅 사업을 진행해 지원 국가와 사업은 많지만, 대규모 전자정부 수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전자정부 수출이 양적성장만 이뤘을 뿐 질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원인이다.

각 부처가 동일 국가를 선정, 전자정부 수출 지원에 나섰다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접촉이 이뤄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남미 지역이다. 최근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을 중심으로 저개발 국가들이 급속도로 고도 경제성장을 누리고 있다. 안행부, 기재부, 국토부 등이 중남미 국가를 접촉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 국가 차원에서 긴밀한 협력으로 종합적인 전자정부 그림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개별 사안으로만 접근했기 때문이다.

예산 부족도 문제다. 한정된 전자정부 수출 지원 예산을 여러 부처와 기관이 나눠 집행하다 보니 제대로 된 지원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한계를 겪는다. 예를 들어 특정 한 국가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할 때 안행부, 국토부, 기재부 등이 협력해 공동으로 추진하면, 적은 예산으로 다양한 지원이 가능하다. 개별 건별로 지원을 받는 것보다 전체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후속사업을 우리나라 기업이 수주할 가능성도 높다.

◇범정부 전자정부 수출 컨트롤타워 마련 시급

범정부 전자정부 수출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 당초 옛 행안부는 정부 차원의 전자정부 수출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전자정부 해외진출 지원협의회`를 구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후 백지화됐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인 안행부가 관련 부처를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범정부 전자정부 수출 협의기구를 마련하면 지원 사업을 발굴하는 부처별 위원을 선정해야 한다. 선정된 부처별 위원은 각 부처에서 진행하는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 발굴에 참여, 협력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공적개발자금(ODA) 등 해외 전자정부 지원예산도 별도 항목으로 편성, 부처별 집행이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 편성과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안행부의 담당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현재 안행부에서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은 3~4명에 불과하다.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 외에 다른 업무도 겸직한다. 각 부처에서 이뤄지는 전자정부 수출 지원 사업을 이들 인력이 조율하기란 불가능하다. 안행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자정부 협력 체계 마련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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