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4 판매부진 여파가 심상찮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 IM부문 수익성은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출고가가 낮아졌지만 하드웨어 성능 개선에 따른 원가 부담은 커진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정점일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나온다.
삼성전자가 재채기를 하면 협력사들은 독감을 앓는다. 이미 협력사 사이에서는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갤럭시S4 판매량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가 이달 부품 주문량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주요 협력사 생산라인 가동률은 두 달 전보다 20~30%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공급부족 사태를 우려해 주요 협력사 생산능력을 크게 키워놓은 상태다. 설비투자로 인한 이자 부담이 적지 않다. 재고 부담도 협력사들의 몫이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유례없이 강도 높은 판가 인하 압력을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 둔화에 따른 고통 분담이 명분이다. 요즘 삼성전자를 보면 상생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 부품업체 사장은 “올 초만 해도 상생협력이다 뭐다 해서 이런저런 자리에 불러 사진만 찍었다”며 “실적이 조금 나빠졌다고 가뜩이나 어려운 협력사를 쥐어짜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4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하반기 지역 모델 수를 늘리는 세분화 전략을 택했다. 갤럭시노트3 같은 플래그십 제품조차 여러 지역 모델로 쪼개는 실정이다. 스마트폰 생산이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로 바뀌면서 협력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이 뻔하다.
삼성전자 협력사 대부분은 이미 자동화 라인을 구축했다. 자동화 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물량이 필요하다. 문제는 갤럭시S 시리즈를 제외하면 물량이 뒷받침될 만한 모델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협력사들의 수주 보릿고개가 끝날 수 있을까.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