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일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와 관련, 재발 방지 조건이 마련되고 발전적 정상화가 되는 과정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간 합의문 4항의 `남과 북은 준비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하도록 한다`는 조항과 관련, “이 부분은 원칙적인 합의”라며 “그동안 있었던 가동 중단 등 상황이 재발되지 않는 조건이 마련되고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되는 과정에서 (재가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현재 정부가 생각하는 것은 옛날로 돌아가는 식은 안 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합의서 서문에 발전적 정상화에 인식을 같이했다`는 것과 관련,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로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사태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발전적 정상화를 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10일 개성공단에서 열리는 후속회담과 관련,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 방향에서 대처하겠다”며 “차분하게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로 한걸음씩 다가가는 회담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후속회담의 대표단 구성 문제 본격 검토에 들어갔으며 북측과 대표단 및 회의 일정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개성공단 기업협회 관계자는 “오는 10일에는 한국전력 또는 정부기관에서 사전 점검차 먼저 올라갈 것 같다”며 “오늘 오후 2시에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방북 계획 등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성공단 재가동과 관련해 “우리 기업의 자산을 보호하고 국민 안전을 수호하며 합의를 깨는 것과 같은 잘못된 일의 재발을 막는 것은 단지 개성공단 문제 해결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공단 재가동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이뤄질 남북 실무회담에서는 북한의 일방적 공단 폐쇄 조치가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한 조치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지난 주말 개성공단 관련 실무회담에서 남북 간 합의가 이뤄져 우리 기업의 완제품과 원부자재 설비 등을 반출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잘 성사되려면 상식과 국제적 규범에 맞는 합의를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합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신뢰가 쌓이고 발전적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아있는 개성공단에서 후속조치와 합의가 잘 이뤄지도록 관련 기관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때맞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 10곳 중 7곳이 석 달째 가동이 중단된 개성공단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외국계 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남북 문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의 정상화여부에 대해 응답기업의 66.2%가 정상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폐쇄해도 된다는 의견은 21.2%에 그쳤다.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정책과제로는 가장 많은 기업이 다각적인 대화 제의와 접촉 확대(46.4%)를 꼽았고, 이어 중국 등을 통한 북한 설득(24.2%), 대북특사 파견(13.9%), 민간교류 허용(12.9%) 등을 제시했다. 대북투자 환경의 문제점으로는 예측 불가능성(43.4%), 시장성 부족(20.5%), 폐쇄성(18.2%), 변화에 대한 진정성 부족(8.3%) 등을 꼽았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