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상반기 자동차 시장…거세지는 수입차 공세, 국산 `사면초가`

수입차 파상공세에 자동차업계 비상등

어느 해보다 국산차와 수입차 간 점유율 공방이 거센 가운데 상반기 자동차 시장이 저물었다. 올 상반기에는 수입차 업체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져 국산차 업체들이 힘겨운 수성전략을 펴는 모습이 역력했다. 국산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대부분 역성장했다. 이 와중에 `수입차=럭셔리카`라는 공식을 깨고 소형차 시장까지 넘보는 수입차 업체들이 늘었다. 2000만원대 수입 소형차 향방은 향후 수입차 대중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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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수입차 공세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선 국산차와 수입차를 더해 모두 75만1112대의 자동차가 판매됐다. 이 같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75만7353대)보다 0.8% 줄어든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자동차 내수 시장도 역성장한 셈이다.

하지만 국산 자동차 업계 부진의 골은 더 심했다.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를 합한 5개 국산 완성차 업체는 모두 67만6625대를 판매했다. 국산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량은 지난해(69만5114대)보다 2.7% 줄어들었다.

반면에 수입자동차협회에 등록된 수입차 업체들은 총 7만4487대를 팔아 지난해(6만2239대)보다 무려 19.7%나 성장했다. 수입차 업체들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9.9%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차 점유율이 8.2%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인 셈이다. 특히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 및 SUV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11.8%까지 올라간다. 이제 내수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안정적으로 10%를 넘어선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입차가 내수시장에서 10%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업체별 판매량을 전년과 비교해보면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가 더욱 뚜렷해진다. 국산 자동차 업체들의 전년대비 판매 증감률은 대부분 `마이너스(-)` 부호가, 수입차에는 `플러스(+)` 부호가 붙어있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국산 업체들 중에서는 코란도 투리스모 등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쌍용차를 제외하면, 그나마 0.8%가 줄어든 현대차가 선방한 편이다. 한국지엠이 8.8%, 르노삼성은 14.2%나 판매가 줄었다.

반면에 상위 10위권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도요타(-18.7%), 크라이슬러(-5.3%)를 빼면 판매량이 준 곳이 없다. 포드가 44.6%나 성장한 것을 비롯해 폴크스바겐 40.1%, 혼다 39.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 같은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입차 판매는 지난 4월과 5월, 연이어 월간 판매량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디젤·소형이 변수

연비가 좋은 디젤 열풍이 수입차 인기의 중요한 요소다. 리터당 15㎞를 훌쩍 넘어가는 연비는 요즘처럼 기름값 비싼 시기에 무시할 수 없는 구매 요인이다. 더욱이 기술 발달로 예전보다 승차감도 좋아졌다. 덕분에 상반기 수입차 디젤차 판매는 전체에서 59.8%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9.1%에서 크게 높아졌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면 가솔린 모델 판매 점유율은 46.7%에서 36.2%로 떨어졌다. 상반기 베스트셀링 모델 5종 가운데 3종(BMW 520d, 폴크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 벤츠 E220 CDI)이 디젤 차량이다.

여기에 소형 모델이 가세했다. 배기량을 기준으로 볼 때 이미 수입차는 배기량 2000cc 이하 중·소형차가 대세다. 상반기 2000cc 이하 차량 점유율이 전체 수입차의 52.2%로 지난해 48%를 훌쩍 넘어섰다.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까지 저렴한 소형차로 수입차 저변 확대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폴크스바겐이다. 이 회사는 4월 말 소형 해치백 폴로 1.6 TDI R라인을 24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선보였다. 이 전략은 적중해 5월 368대, 6월 277대가 팔리며 거푸 수입차 베스트셀링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7월부터 판매에 들어간 7세대 골프 가격은 2990만원이라는 상징적 가격을 택했다. `2000만원대에 명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이다. 이에 자극받은 BMW 미니가 미니 오리지널 한정판을 2590만원에 내놓는 등 저렴한 소형차 붐이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생애 첫 차를 의미하는 엔트리카부터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수입차 소비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가격 인하 공세도 거세

수입차 업체들은 가격 인하라는 적극적인 카드까지 꺼내가며 내수시장에서 파상공세를 펼쳤다. 더욱이 한-EU FTA에 따른 3차 관세 인하가 적용되면서 7월부터 유럽에서 생산된 수입차는 관세가 차종에 따라 1.33~1.6% 낮아졌다. 6월 수입차 판매량이 주춤한 것은 7월 인하되는 가격을 기다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업체 점유율이 상반기 77%에 달했다는 점에서 관세 인하는 내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벤츠가 30만원에서 최대 340만원 가격을 인하하는가 하면 폴크스바겐도 최대 180만원 가격을 내렸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 업체까지 가격인하 대열에 합류하면서 국산차는 더욱 힘겨운 내수시장 수성 전쟁을 펼치게 됐다. 인피니티는 베스트셀러 모델 `인피니티 G25`를 기존 4340만원에서 3770만원으로 570만원 낮춘 가격에 7월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점유율이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관세 인하 효과까지 더해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며 “상반기에 신차 효과가 없었던 국산 자동차 업체들이 주목받는 신차를 선보이고, 마케팅도 확대할 예정이어서 수입차와의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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