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콘텐츠가 만든다]<1>국가 지속성장을 여는 연금술,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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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 규모가 450억9200만달러로 세계 7위라고 발표했다. 지난 2011년에 비해 한 계단 뛰어오른 성적이다. 이는 TV와 인터넷 가입 시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규모가 세계적으로 최상위권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한류가 세계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제적인 가치와 부가가치는 나날이 성장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콘텐츠 시장은 아직 열약하다. 영세 콘텐츠기업이 많고 자금조달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21세기형 `문화융성`을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할 과제다. 문화콘텐츠산업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시대에 갖는 의미와 나아갈 방향을 6회에 걸쳐 진단한다.

◇미래 국가 가치 키우는 연금술, 콘텐츠

지난 2009년 세계에 3D 광풍을 몰고온 영화 `아바타`는 극장 수익과 판권으로 33억달러(3조9600억원)를 벌어들였다. 강남 아파트 3400채, YF소나타 16만대를 판매한 효과다. 총제작비 4억4000만달러(5300억원)의 9배에 이르는 수익이다.

`반지의 제왕`은 콘텐츠산업의 가치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다. 올 초 개봉한 `호빗`을 포함해 4편의 영화로 만들어진 반지의 제왕은 흥행수입이 30억달러를 넘었다. 제작비 3억달러를 감안하면 10배에 이르는 수익이다. 부가수익은 더 크다. 영화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풍경이 알려진 인구 400만명의 뉴질랜드는 관광수익만 38억달러를 추가로 거뒀다. 2만명의 고용창출과 4800만달러 국가 이미지 제고란 덤도 얻었다. 1950년대 중반 영국 작가 톨킨이 만든 소설 3권이 시초가 돼 만들어낸 결과다,

영국작가 조엔 롤링의 소설 `헤리포터` 시리즈는 책으로 출간돼 전 세계적으로 1억권이 넘게 팔렸고 영화는 전 세계에서 약 60억달러의 흥행 수익을 냈다. 콘텐츠산업 핵심으로 부상한 게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핀란드 중소기업 슈퍼셀은 모바일게임으로 세계에 문화를 전파했다.

특히 슈퍼셀은 `크래시오브클랜즈`와 `헤이데이` 2개로 하루 평균 204만달러(27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콘텐츠산업이 쇳덩어리를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에 비유하는 이유다.

◇세계는 문화콘텐츠 전쟁 중

문화산업에 의한 경제적 또는 비경제적 부가가치가 입증되면서 세계 선진국가들은 앞다퉈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펴고 있다.

가장 앞선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지난 1996년 `쿨 브리테니아`라는 슬로건 아래 음악, 미술, 공연, 패션, 출판 등을 창조산업으로 정하고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폈다. 단순히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타 산업의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산업으로 위상을 높였다.

그 결과, 영국은 취업자 5.14%에 해당하는 일자리 150만개를 만들었고 부가가치는 전체의 2.89%인 연 363억파운드(66조원)를 만들어냈다. 이후 10년간 영국 경제 전체 성장률 2.8%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으며 수출도 10.6%를 차지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와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BBC 프로그램 닥터 후, 웨스트엔드 뮤지컬 등 다양한 성공사례를 배출했다.

영국은 최근에는 1000만파운드(200억원)를 투입해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제품을 공동 개발하는 프로젝트, 클러스터 운영 등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는 아키텍트 전략을 앞세워 지난해 문화예산으로 74억유로(11조원)를 집행했다. 대중문화, 예술, 문화유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아시아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은 문화콘텐츠산업을 육성하는 `문화산업진흥계획`을 추진 중이고 일본은 `쿨 재팬 전략`으로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경쟁에 나섰다.

◇미래 우리 경제의 축, 한류

지난해 방한한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은 역사적으로 상품과 문화를 동시에 수출해 본 나라는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한국뿐이라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에 대한 안팎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우리나라 문화는 세계적인 산업으로 성장할 기반을 갖췄다. 지난 1999년 시작된 한류는 중국, 일본, 동남아와 서남아시아는 물론이고 유럽과 미국까지 확대되고 있다. 그야말로 한류가 대세로 자리 잡은 분위기다.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로 시작한 한류 열풍은 `대장금` `주몽` `겨울연가` 등으로 이어졌고, 최근 들어서는 여성 그룹과 싸이로 대변되는 K팝이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한류 관련 콘텐츠 수출액은 지난해 48억달러로 전년 대비 19.7% 증가하면서 문화오락 수지에서 사상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5월 발간한 `한류수출 파급효과 분석 및 금융지원 방안`에 따르면 문화상품 수출이 100달러 증가할 때 가전, 식음료 등 소비재 수출이 평균 412달러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직접적인 수출 효과 외에도 파급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일자리 창출에서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콘텐츠산업은 일반 제조업 고용창출 효과의 2배를 웃돈다. 우리나라 수교국이 189개국인데 한류가 전파된 국가는 235개국으로 수교국 수를 뛰어넘는 것도 한류의 가치를 보여준다.

다만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이 여전히 영세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영세한 구조는 성공 요건을 갖추고도 중요한 순간에 자금조달을 못받고 더 열악한 환경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을 만든다. 한류가 세계시장에 통하려면 창작 기반 조성과 금융지원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류는 단순히 수출 상품으로만 가치를 내는 것이 아니라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내수와 수출이 연계되는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콘텐츠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