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는 여전히 신성장 동력

반도체는 어느덧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잊힌 산업이 됐다. 세계 최고 기술과 제품을 발표해도 관심조차 끌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부동의 세계 1위 인텔을 턱밑까지 추격해도 알아차리는 이도 없다. 스마트폰과 같은 제품으로 관심이 이동한 것도 있지만 반도체 업체들이 워낙 잘하니 당연하지 않느냐는 관성과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는 낙관이 작용한 탓이다. 이 생각은 반도체 산업을 더 육성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론으로도 이어진다. 착각이다. 위험하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메모리에 비해 취약했던 시스템 반도체 산업도 이전과 비교해 많이 성장했다. 그렇지만 메모리에 치우친 고질적인 문제를 여전히 넘어서지 못했다. 반도체 산업의 저변을 넓혀줄 팹리스의 성장도, 소프트웨어 접목도 기대만큼 못 미친다. 산업 기반인 소재·부품에선 지속적인 투자 부담으로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다. 정부의 새로운 육성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산업계와 함께 반도체 산업 발전 로드맵을 짜는 `반도체산업발전위원회`(가칭)를 올 여름에 구성할 예정이다. 산업 융합을 유도해 반도체 산업의 새 성장기반을 마련하는 전략을 만들겠다는 시도다. 아주 시의적절하다. 특히 세계를 선도할 소재·부품 개발 전략과 임베디드SW와 시스템반도체, 하드웨어를 연계한 융합 연구개발사업화 전략을 짜겠다고 하니 기대를 갖게 한다.

우리나라는 TV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시절에 반도체 사업에 손을 댔다. 선진국의 비웃음과 우리 내부의 회의적인 시선을 결국 이겨냈다.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왕국을 건설했다. 요즘으로 치면 창조경제의 원조 격이다.

많은 사람들이 반도체를 성숙 산업으로 본다. 실제론 그렇지 않다. PC에서 모바일로 영역이 옮겨갔을 뿐이다. 융합 산업으로 인해 새로 개척할 시장도 무궁무진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과 하드웨어 제조력을 동시에 보유한, 세계에서 거의 유일한 나라다. 명실상부한 반도체 최강국 조건을 두루 갖췄다. 반도체는 앞으로도 우리 산업과 경제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이다. 여기에 힘을 더하지 않는 것은 바보짓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