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데는 자원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자원은 유한하고 희소하다.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사람들이 고안한 것이 재산권 제도다. 공유상태로 있던 자원에 재산권이 확립되면서 이로 인해 거래가 활성화되고 배분이 이뤄져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었던 사례는 역사적으로 무수하게 존재한다.
문제는 공유상태로 있던 자원에 재산권이 확립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의 대부분은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오는 정치적 논쟁에서 비롯된다. 재산권 확립의 대상이 되는 자원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이익이 되도록 규칙을 제정하거나 변화시킴으로써 지대를 추구하는 데 매력을 느끼게 마련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지대를 추구하는 것이 시장에서 경제적으로 경쟁을 하는 것보다 위험이 덜하고 이익을 더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러한 이해관계의 조정에 기초해 정책을 결정하게 되면 시장 형성 효율성과 소비자 후생 증대 고려는 실종되기 쉽다.
정보를 전송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인 주파수 역시 희소자원이라는 점에서 토지, 광물과 같은 여타 자원과 다르지 않다. 그런데 주파수는 희소성 논리와 함께 자율적 사용 시 이용자 간 간섭현상이 발생한다는 논리가 더해져 예로부터 정부의 엄격한 지휘·통제 대상이 돼왔다. 정부는 주파수를 여러 대역폭으로 나눠 배정하고 이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주파수를 관리해 왔다. 이런 방식에서는 주파수를 배정받은 사람들조차 주파수에 기술혁신을 적용하거나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할 인센티브를 갖지 못했다.
정부 배정 방식 하에서는 기술 발전과 서비스 수요 변화에 따른 주파수 자원 재분배를 수행할 시장기구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주파수 이용을 위한 제도적 대안은 법경제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로널드 코스에게서 나왔다. 그는 1959년에 발표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관한 소논문에서 주파수에 재산권을 확립해 시장 기능에 따라 주파수가 배분되고 그 용도가 선택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코스의 주장은 주파수 배분을 위한 규제 틀에 유연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주파수 경매제의 도입이다.
최근 기술혁신의 결과로 주파수를 이용한 정보 전송 방식이 다양해지고 전송의 용량과 신뢰성이 증가해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는 여건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만일 주파수가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면 설비 제조와 전송에 적용되는 기술에도 제약이 생겨 해당 사업자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기술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피해는 관련 산업에 그치지 않고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새 정부는 주파수 배분을 ICT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 새로 확보한 주파수 대역 배분 방식 정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정부가 시장 기반 제도를 도입한 전파법의 취지에 걸맞게 주파수 배분을 위한 규제 틀에 유연성을 부여한다면 정부가 선택할 것으로 기대되는 결정은 단 한 가지다. 가능한 주파수를 최대한 많이 배분해 재산권을 설정함으로써 시장에서 주파수 자원이 효율적으로 이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학자 코스의 이론에 따르면 정부는 시장 설계자로서 주파수 거래라는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에게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과 공정경쟁의 이상을 조화하기 위한 시장 규칙을 사후적으로 제공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연출자가 돼야 한다. 정부가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정책을 결정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시장에서도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dshong@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