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연구팀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초전도 기술을 이용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되는 CMP 폐수 내 환경유해 물질을 정화하는데 성공했다. 그간 CMP 폐수는 다량의 콜로이드성 무기입자 뿐만 아니라 미세한 금속입자도 소량 함유하고 있어 다양한 수처리 공정을 거처야 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초전도 고구배 자기분리장치`를 이용하면 기존 정화시설보다 설치 면적과 비용이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18일 고려대학교 녹색생산기술연구센터(GMRC, 센터장 임대순 교수)는 초전도 고구배 자기분리장치를 구축했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폐수 내 무기입자와 유기물질을 동시에 응집해 분리해낼 수 있어 전·주처리 공정을 단일화할 수 있다.
효용가치도 크다. 우선 기존 정화시설보다 설치 면적과 비용 등이 줄어들어 경제적이다. 또 초전도 마그넷에 발생하는 강한 자기장과 고구배 자기분리 필터와 응집제를 개발해 폐수 내 유해물질에 작용하는 자기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 2배가량 빠르고 대용량, 고효율 처리가 가능하다.
이를 실제 반도체 산업에 적용할 경우 CMP 폐수 처리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화 효율도 향상돼 기존 폐수처리 장치를 대체하는 등 신시장 창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또 반도체 폐수 뿐만 아니라 제철소, 녹적조 처리, 쓰레기 매립지의 침출수 처리 등 다양한 산업용 폐수 정화에도 적용 가능하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일부 공정에 시범 테스트를 한 바 있으며 충북대, 명지대, 웅진케미칼, 코웨이가 함께 참여 중이다.
폐수 뿐만 아니다. GMRC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사용되는 육불화황(SF6) 가스의 고효율 분리, 농축, 그리고 무배출 실현을 위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LIG ADP, LG디스플레이가 참여해 기존 공정과 차별화된 분리막 중심의 기술 구현을 준비 중이다. SF6 가스는 6대 지구온난화가스 가운데 온난화지수가 2만3900으로 가장 높은 특성의 가스로 알려져있다.
임대순 센터장은 “산업통산자원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지원으로 고려대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2년을 맞아 성과를 속속 보이고 있다”며 “폐수 배출과 온난화 가스 감축은 `미래의 황금`으로 불리는 탄소배출권 확보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만큼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GMRC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를 활용해 개발된 기술은 바로 기업으로 이전해 생산현장에 적용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초전도 고구배 자기분리장치=폐수 내 무기입자와 유기물질을 동시에 분리할 수 있기 때문에 전·주처리 공정을 단일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자기장과 자기구배를 이용해 폐수처리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경제성 및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차세대 친환경 수처리 장치다.
육불화황(SF6) 가스=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중 패턴 식각 공정에서는 식각 가스로, 최종 세정 공정에서는 세정 가스로 사용되는 필수적인 가스다. 아직 국제적으로 규제 대상 가스는 아니지만 이 가스 배출 규제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