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국산 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 정책이 전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W 유지관리 요율 인상을 위한 예산 증액은 부처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전체 정보화예산 증액이 협의되지 않아 신규 투자를 줄여 SW 유지관리 예산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SW 유지관리 대가를 높이려면 `하석상대(下石上臺)`식으로 예산을 운영해야 하는데 공공기관들은 정부3.0 프로젝트 추진 등 주요 사업이 많아 신규 투자 축소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16일 정부에 따르면 SW 유지관리 대가 현실화를 주도한 미래창조과학부는 관련 예산 증액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완료했지만, 유지관리 예산이 포함된 전체 정보화예산 증액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기재부는 전체 정보화예산을 늘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부처가 기재부에 요청하는 정보화 예산에는 △신규사업 용역비 △운영·유지관리비 △자산취득비·회선사용료 등으로 구분돼 있다. 정보화 전체 예산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SW 유지관리 예산을 늘리려면 하드웨어(HW)나 다른 운영비를 줄이거나 신규 투자를 축소해야 한다.
HW는 주로 외국계 장비가 많아 실제로 유지관리 비용을 줄이기가 쉽지 않다. 신규 투자도 정부3.0 등 현 정부 들어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많이 축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고정비용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정부부처 정보통계담당관은 “정보화예산 총액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예산을 줄이고 SW 유지관리 예산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보화예산 총액을 늘리려면 복지나 사회간접자본(SOC) 등 다른 예산 담당 실·국과 논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며 “SW 유지관리 대가 인상을 위한 구체적인 예산 증액 방안도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점도 문제다. 이미 상당수 정부부처는 2014년도 정보화예산을 전년도 수준인 평균 7~8%로 작성해 지난 주말 기재부에 전달했다. 안전행정부가 마련한 유지관리 차등제를 적용한 것 외에는 작년과 달라진 게 없다.
정부부처 정보화예산 담당자는 “전달 직전까지도 기재부나 그 어떤 곳에서도 최근 발표된 SW 유지관리 대가 인상 요율을 적용해 재작성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은 적은 없다”며 “정보화 총액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세부 항목별 예산을 재편성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 예산안을 수립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14년 예산을 재수립해 다시 제출하라는 지침을 전달할 계획은 없다”며 “향후 부처별 협의를 거쳐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