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융합을 통한 미래 창조경제는 어떻게 열어야 할까

반도체·LCD·TV·스마트폰 등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달성한 정보기술(IT) 품목은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세계 IT산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한 단계 수준 높은 차원으로 도약해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융합(convergence)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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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미래창조 경제의 핵심도 바로 융합에 있다. MB정부 때도 융합은 중요한 화두였지만, 생각보다 결과물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융합이 중요하다는 건 모두 알지만, 성공시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이는 드물다. 미래창조 경제의 성공 여부도 바로 여기에 달려있다.

융합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시장이 만들어지면 쉽게 성과가 나올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진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많은 탓이다.

융합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이해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산업간 융합으로 시장 크기가 커지면 모든 참여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많아질 것이다. 그러나 산업 주체 간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영역다툼이 과열되면서 판이 깨지기 일쑤다. 당장 눈앞의 불이익을 참지 못해 무산되는 사례도 많다. 융합이라는 가치를 내걸고 손을 잡지만, 성공하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다.

외부 환경도 녹록치 않다. U헬스케어 산업이 대표적이다. 오래 전부터 U헬스케어 산업은 융합산업의 꽃으로 불렸다. 정부 차원에서도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했지만, 성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해당 산업 주변부의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U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해 의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의료계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해당 산업 참여자뿐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성과를 공유할지 과학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융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다. 융합의 결과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 수준이 높지 않더라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만 잘 만든다면 얼마든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사용자 중심적 사고, 시장 중심적 사고가 미래창조 경제를 여는 첫 번째 단추다.

새로운 산업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시장 진입부터 상업화까지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애플이 가장 성공적인 사례다. 애플이 아이팟을 시장에 출시할 때만 해도 MP3플레이어 시장은 한국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애플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기존 시장 구도를 뒤흔들었다. 이전까지 음원 유통은 앨범 단위로만 이뤄졌다. 그러나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음원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소비자가 원하는 노래만 즉석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튠즈 플랫폼의 성공은 앱스토어로 이어졌다. 애플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디바이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와이파이를 무료 통화에 활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애플의 역할이 지대했다. 이는 기존 통신사업자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애플은 이동통신 업계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1등 기업이 아닌 2, 3등 업체와 손을 잡았다. 무료통화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공룡 같은 통신사업자들도 두 손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해 PC사업자들도 무력화시켰다.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애플의 모험적 시도는 기업의 이익 창출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미래 창조 경제를 열려는 정부의 노력이 성공으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이의훈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euehunlee@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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