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소재 기업들이 국내에서 연구개발(R&D) 현지화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R&D 협력 범위를 산학연 전반으로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독일 바커는 정부 국책 과제에 참여했으며, 역시 독일계 화학 소재 업체인 머크는 드물게 국내에서 학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소재 기업들은 이미 우리나라에 R&D센터를 짓고 한국 인력을 활용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R&D 센터는 대부분 국내 고객사 수요에 맞춘 것이다. 최근 소재 기업들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국내 대학이나 중소기업과 협력해 연구 폭을 넓히는 동시에 인재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바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소재(WPM)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기판소재 사업`에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는 유리를 대신할 플렉시블 기판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국내 26개 산학연이 협력하고 있다.
실리콘과 접착제·코팅제 등의 원료를 생산하는 바커는 고내열성·고투명성 유연재료 개발에 동참한다. 정규하 바커 부사장이 이 사업 출범 당시 주관 기관인 제일모직 연구소장 자격으로 단장을 맡았던 것도 인연이 됐다.
머크는 이례적으로 국내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의 주요 회원으로 참가하면서, 연구개발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어워드를 후원하고 있다다. 어워드 후원 활동은 생명과학이나 제약 분야에서도 펼치고 있다. 학계 인사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독일 바스프는 전자재료 사업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R&D 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전자산업 인프라가 강한 국내에서 고객사 수요는 물론 산학연 협력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바스프는 화학 소재 분야 기술 협력 설명회 등을 개최하면서, 산학연 파트너를 지속적으로 찾아왔다.
머크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의 중심인 한국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 어워드를 후원하고 있다”며 “인력 양성까지 이어지면 글로벌 소재 산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