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경기도청 공무원노조 게시판에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도청 보안관제 서비스를 전담하는 외부업체 A사 직원이 본연의 임무를 벗어나 스마트 관제센터 구축 등 도청 사업까지 좌지우지한다는 문제 제기였다.
글쓴이는 “A사 직원인 B과장이 사업에 필요한 견적서와 계획서 작성해 정보보호팀에 지원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B과장이 외부 업체에 상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업체는 B과장이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도 공무원으로 오해하거나, 알고도 정보보호팀과의 관계 때문에 그냥 끌려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글은 올라오자마자 3000회 이상 조회 수를 기록하며 관심을 끌었다. 논란이 커지자 경기도청은 “압력과 특혜 시비를 파악해 조치하고 사업 추진 시 모든 업체에서 제안할 수 있는 기종으로 진행하겠다”고 해명했다.
세종시 정부청사는 최근 국내 업체가 참여할 수 없는 조건으로 네트워크 구축사업을 발주해 구설에 올랐다. 전자신문이 취재에 들어가자 정부 관계자는 “모든 업체가 공정하게 참여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점검하겠다”고 답변했다.
정부의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조달이 주먹구구 식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감시의 눈이 없으면 고삐가 풀린다. 문제가 불거지면 그때서야 해명하고 시정하는 `땜질 식 처방`이 비일비재하다.
지난 정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산하 공공기관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ICT 솔루션 도입 지침과 범부처 정책 협의체는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의미가 퇴색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5일 판교에서 열린 인터넷신사업 CEO 간담회에서 “네트워크,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지능통신(M2M) 등이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게 중요하다. 공공기관부터 ICT 도입 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모델로 생태계 선순환 밑거름으로 삼아보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