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풍력산업 활성화를 위해 손잡았다. 두 기관은 인허가에 어려움을 겪는 육상풍력사업 가운데 환경 위해요인이 적은 사업을 공동조사하고 사업화를 앞당기기로 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신재생에너지 부문에서 소통도 확대키로 합의했다. 업계는 환영했다.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라는 의무제도를 이행해야 하지만 갖가지 규제에 부딪혀왔으니 당연히 그럴 만 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업계는 불안하다. 환경부가 인허가 단계에 묶인 주요 풍력사업에 대한 재검토결과를 밝히기로 했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다. 공언한 공동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검토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부처 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녹색성장위원회는 폐지됐다.
특히 지난 정부가 캐치프레이즈로 사용한 `녹색성장`이란 단어가 부담이다. 이 말의 재등장을 원치 않는 분위기가 부처에 팽배하다. 동시에 정부가 에너지·자원분야 정책에 비중을 크게 두지 않는다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녹색성장 정책도 앞날을 예측할 수 없다.
환경부 발표결과가 어떻든 정책 연속성이 떨어지는 것은 문제다. 양부처의 협력이 성과 없이 끝난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업계에 돌아간다. 한 부처는 산업 육성을 위한 의무 제도를 마련하고 다른 부처는 관련 사업을 막는다. 그야말로 넌센스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어 사업화가 가능한 사업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 논리로 밖에 이해될 수 없다”며 “관련 사업 추진사업자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지난 정부 주요 정책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녹색성장도 그 가운데 하나로 보여진다. 녹색성장이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잘 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어는 사라질지언정 핵심은 남아야 한다.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창조경제`라는 가치도 예외는 아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