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사이언스 레터> 출연연, `통폐합 반대` 뒷얘기

지난 7일 미래창조과학부 기자실은 북적였습니다. 넓직한 기자실이 발디딜 틈 없었습니다. 기자실 개설 이래 가장 북새통였다는 게 대변인실 설명입니다. 이날은 25개 출연기관장 모임인 `과학기술 출연기관장 협의회`가 미래부 출입기자에게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출연연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날이었습니다. 협의회 소속 원장은 물론이고 해당 기관 대외업무 담당 직원까지 한꺼번에 몰렸습니다. 보기에 따라선 의지의 표시나 세 과시로까지 비칠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렇게 중대 발표회장이 된 사연은 이렇습니다. 연초 대통령직 인수위 교과분과가 협의회에 출연연 통·폐합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잔뜩 긴장한 협의회는 별도 조직(TF팀)을 만들어 몇 달간 작업을 진행했고, 그 결과물이 이날 나온 것입니다. `의견을 물었다`고는 했지만, 실은 인수위 측이 “출연연을 통·폐합 하려는데, 그 전에 출연연 측 자구안이나 한번 들어보자”고 했다는 게 보다 적확히 표현일 듯 싶습니다.

그래선지 몰라도, 미래부의 장관도 그렇고, 과학기술을 담당하는 제1차관도 그렇고, 취임 후 제일 먼저 한 대외활동이 뭔지 기억하십니까. 출연연의 본거지인 대전으로 달려가 “통·폐합은 없다”고 말한 것입니다.

인수위 연장선상에 있는 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실 한 관계자는 차관 발언 직후 기자와 만나 “그 양반 쓸 데 없는 말씀을 하셨어”라며 농반 진반의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청와대는 아직도 출연연 통·폐합에 미련이 있어 뵙니다. 우리나라 연구소도 선진국처럼 `메가랩` 형식의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한다는 논리에서 입니다. 정권 초에 밀어 붙히지 못하면 힘들다는 경험칙 역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출연연은 발전전략을 통해 △연구기관간 인적 교류 확대 △기술 이전 조직 강화 등을 내세워 통·폐합 논리를 비껴갑니다. 이날의 압권은 예고에 없던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오찬장 등장`였습니다. “국회 가기 전에 좀 시간이 있어서...”라며 운을 뗀 최 장관은 “협의회가 좋은 안을 만들어 주셨다.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출연연이 통·폐합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정부에 공공기관지정 해지와 정규직 확대까지 공개 요구한 이날의 `결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읽히는 대목입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