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포럼]이민화 교수 "벤처는 혁신 대기업은 플랫폼을 맡는 구조화 필요"

벤처는 창조경제를 이끌 한 축으로 평가된다. 누구나 벤처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에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 엔젤 투자 활성화, 실패지원 정책을 실행해 창업 초기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기업과 벤처가 역할을 분담하는 산업 구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창조경제포럼에서 “중소벤처는 기술혁신, 대기업은 시장 플랫폼으로 역할이 나뉘어야 한다”며 “기존 개별 기업 간 경쟁구도를 기업 생태계 경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만든 거대 플랫폼에 다양한 혁신 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가 결합해야 국가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산업경제가 인건비와 재료비를 더해 제조원가를 산출하는 시스템이었다면 창조경제는 R&D 투자비와 같은 혁신역량을 판매수량으로 나눠 창조원가를 도출해내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혼자서 창조원가를 만족시키려는 단일기업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분자(벤처)와 분모(대기업, 플랫폼)을 각자 극대화시켜 혁신이 거래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제언이다.

영화와 섬유, 제약, 게임 등 `복합 생태계`가 이미 자리 잡은 산업도 소개했다. 예를 들어 제약 산업의 경우 대학(소규모 창조기업), 바이오벤처(중규모 사업화 기업), 다국적 기업(대규모 시장 선도 기업), 로컬 제약사 (소매시장) 등이 각자 위치에서 연결고리를 가지는 구조로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1995년 이후 18년 동안 벤처가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한 축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연간 업계 총 매출이 250조원에 이르고 1조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기업이 6개, 1000억원 이상 매출을 기록하는 업체도 400여개에 이르는 등 국가 성장과 고용을 대기업과 `쌍끌이`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벤처 업계의 한계로 인수합병(M&A) 회수 시장이 미흡하고 엔젤 캐피털이 소멸하는 등 시장 성과가 일부에 편중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세계화와 개방 혁신도 아직 미흡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성장 한계에 봉착한 벤처 업계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벤처 2.0`을 제안했다. 청년 교육 단계에서 창업 역량을 키우고 엔젤 투자 활성화로 자금 조달 구조를 개선하자는 것이다.

초기 단계에서 엔젤의 세액을 공제해 투자를 유도하고 성공 사례에 대해 사후 종합 과세를 실시하자는 구체적인 의견도 제시했다.

실패를 예상하고 창업자들이 이를 재도전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정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가 취해 온 `패스트 팔로`는 정답 위주의 필승 전략으로 실패를 용인하지 않았다”며 “실패를 쫓아내면 창조가 사라지기 ?문에 항상 실패를 먹고 자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비 창업자들이 신용불량의 공포에서 해방돼 도전적으로 창업하는 2001년 이전 벤처 생태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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