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창조경제, 기업을 춤추게 하자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벌써 두 달이 흘렀다. 대통령 취임 이후 산업계 관심사를 꼽으라면 단연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다. 특히 창조경제는 논란의 핵심이었다. 정치권과 학계에서 식견이 있다는 전문가들은 한 마디씩 거들었다. 모호한 창조경제 정의와 실현 방안을 위해 거의 일주일에 두, 세 번씩 전국 어느 곳에서는 세미나와 심포지엄이 열렸다. 지금까지 열린 세미나 자료집만 모아도 수백 권 분량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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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교롭게도 창조경제는 여전히 `뜻풀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창조경제 실현 주체가 빠졌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 정부가 창조경제를 들고 나온 목적은 분명했다. 하나는 일자리 창출이었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취지였다. 이를 위한 슬로건이 창조경제였다.

성장과 고용의 패러다임을 바꿔 새 시장을 개척하고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 창조경제를 거론한 배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작 목적은 뒤로 빠지고 창조경제라는 수단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왔다. 정책 우선순위가 바뀐 것이다. 목적 없는 수단은 공허한 말잔치로 빠질 공산이 크다. 목적은 지향점이 분명하다. 하지만 수단은 지향점을 위한 방법일 뿐이다. 주체가 빠지고 실체가 없이 방법론을 이야기 하다보면 누가 더 `팬시한` 이론을 갖다 붙이느냐로 결론이 나기 십상이다. 창조경제를 이야기할수록 더 모호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수단이 전면에 나오면서 정작 이를 실현할 주체도 후순위로 밀렸다.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 동력을 위해서는 누구보다 기업이 분주해야 한다. 복잡한 경제학 이론은 접어두자.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일자리와 성장동력은 불가분 관계다. 새 기술로 새 시장이 만들어지고 새 일자리가 생긴다. 결국 경제주체인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거나 개인이 창업을 많이 해야 한다.

이게 말은 쉽지만 실천이 녹록치 않다.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수익성이다. 기업이 투자할만한 환경 개선을 만드는 게 창조경제의 최우선 순위라는 이야기다. 창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힘들게 개발한 기술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자본이 따라가지 않는 법이다. 아이디어성 스마트폰 앱이 인기를 끌면서 대박 행진으로 이어져 창업 열풍이 불 것이라고 낙관하지만 투자자가 보기에는 성공 확률이 너무 낮다. 세상에 손해 보는 걸 뻔히 알면서 투자할 바보는 없다.

기업이 꿈쩍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창조경제는 뜬 구름일 뿐이다. 두 달 가까이 창조경제를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정작 산업계는 조용하다. 아니 시큰둥하다. 배경을 따져봐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같은 박자로 움직이지 못하고 엇박자가 나는 이유를 곱씹어야 한다. 창조경제, 제 아무리 명쾌한 뜻풀이와 실현 방안이 나오더라도 기업이 춤추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창조경제는 그냥 수단이다. 세상에 요술 방망이는 없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