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성 북쪽 끝에 위치한 항구도시 웨이하이(威海)가 첨단 공업지구로 얼굴을 바꾸고 있다.
섬유 등 한계 산업이 퇴출되고, 정보기술(IT) 등 첨단 제조 분야 투자가 늘어난 덕분이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과 자본을 웨이하이에 집중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주도했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photonews/1304/421355_20130426162826_913_0001.jpg)
이곳은 명나라 초 왜구를 방어하기 위한 위소(衛所)가 설치되면서 웨이하이라 불리었다. 청나라 말에는 영국이 조차지로 할양받아 동양 함대 기지로 삼았다.
작은 어촌 도시였던 웨이하이가 공업지구로 변신한 것은 1990년대 말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하면서부터다.
웨이하이는 인천에서 비행기로 1시간, 배로 하루 이내에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과의 물류 환경이 좋다. 옌타이·다롄으로 통하는 항로의 발착점이자 옌타이·칭다오를 잇는 육상교통의 요지인 점도 매력적다. 인천과 같은 위도에 위치해 기후도 비슷하다. 우리 기업이 일찍이 웨이하이에 주목한 이유다.
2000년대 중반 웨이하이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2500여개에 달했다. 삼성전자 등 IT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중공업, 삼진조선 등 중공업 업체들도 진출했다. 웨이하이시 세수의 60%를 한국 기업이 담당할 정도였다. 외지인에 배타적인 산둥 사람들도 한국인에게만은 호의적이다.
그 사이 부침도 겪었다.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도시는 급팽창했고, 중국 부호들이 휴양지로 웨이하이에 투자하면서 자산 거품이 크게 일었다. 임금과 물가가 치솟자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기업도 나타났다.
자산 거품은 제조업 투자 환경을 악화시켰다. 올해 웨이하이 평균 임금은 지난해보다 12% 올랐다.
전식 중국 세코닉스 총경리는 “칭다오의 임금, 물가와 비슷해지고 있다”며 “외국 기업에 노동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임금 외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할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인력난은 웨이하이시 제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춘절 등 명절 이후 회사로 복귀하지 않는 직원이 20~30%에 달한다. 중국 내륙 지역에 기업이 진출하면서 일자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현지 경제 전문가는 “인력 문제가 향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인력 구조를 감안하지 않고 경제성장 목표를 설정하는 현재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인건비가 오르면서 섬유 등 노동집약 기업은 동남아로 이전했고, IT 등 첨단 기업만 남았다. 웨이하이 지방정부도 한계 산업은 퇴출시키고, 하이테크 기업 중심으로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양적 팽창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현재 웨이하이에 남아있는 우리 기업은 1000여개 수준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질은 향상됐다. 고부가가치 부품 생산 비중을 늘리고, 자동화 등 첨단 공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현지 연구개발(R&D) 비중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연간 10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웨이하이(중국)=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