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억 들인 스마트케어 사업 표류 위기…왜?

의료법에 막혀

서민과 소외계층의 의료복지 구현을 목적으로 최근 3년간 356억원을 들여 완성한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이 원격의료 등을 금지하는 국내 의료법 장벽에 막혀 무용지물이 될 상황에 처했다. 우리 기술력을 총망라한 혁신적인 서비스의 상용화 길이 막히면서 막대한 국가적 기회비용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편적 의료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도 의료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2010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은 지난 3월 종료됐다. LG전자와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참여한 이 사업에는 3년간 정부예산 70억원을 포함해 총 356억원의 민관 예산이 투입됐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를 원격진료로 진단, 처방해 효과를 보는 것이 사업의 목표였다. 경상도와 수도권에서 중소 의원부터 대형 종합병원까지 폭넓게 참여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기술융합적 측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현행 의료법에 가로막혀 상용화가 불투명해졌다. 원격진료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의료법 때문에 국내에서는 사업을 확산할 여건이 안 돼서다.

이 사업은 당초 원격진료 허용을 주 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을 염두에 두고 진행됐지만 의료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법 개정이 미뤄지며 타격을 받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6월까지 경제성, 효과성 분석을 마무리하고 결과에 따라 후속 사업을 기획할 계획”이라며 “다만 국내에서는 의료법상 성과물을 사업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내수보다는 수출 등을 중심으로 검토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예산도 중간에 5억원 이상 축소됐고 1만명으로 계획한 대상 질환자도 최종 3000명 규모에 그쳤다. 의료법 개정 등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이 되지 못하며 사업 자체가 추진력을 얻기 힘들었다는 분석이다.

시범사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행됐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유의미한 임상 결과는 물론이고 관련 의료기기, 솔루션의 해외 인증 등 사업화를 위한 기반을 다졌다.

사업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환자의 당 수치가 내려가는 등 의미 있는 임상결과를 얻었다”며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자는 원격진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시범사업이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가 주도한 시범사업까지 연속성을 상실하며 u헬스 관련 정책을 아예 새로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격진료로 타격이 예상되는 중소 병원과 이를 사업화하고 싶어 하는 대형 병원이 의료법 개정을 두고 치열하게 맞서는 현 구조에서는 이 같은 난맥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의 u헬스 정책은 의료집단의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돼 매우 혼란스럽다”며 “새 정부가 강력하게 의료민주화, 융합산업을 기치로 내걸고 의료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동시에 정비하지 않는다면 u헬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u헬스와 관련해 한 교수는 “당장 의료법이 개선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며 “수출, 차상위계층, 만성질환자 등 수요를 세분화하고 이를 토대로 멀티 트랙을 만들어 사업화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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