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 분담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한다. 정부부처가 새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 위해서가 아닌,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하기 위해 MOU를 교환하고 업무 협약을 맺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주파수·보조금 등 정책 이원화가 우려된 업무 분담이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3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25일 업무 협약식을 개최하고 MOU를 교환할 예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두 부처가 함께 관할하는 분야가 많은데, 업무 체계를 명확하기 위해 문서로서 남긴다는 의미”라며 “앞으로 5년간 불필요한 중복을 막기 위해서 두 부처가 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MOU에는 ICT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주파수와 보조금 등의 분야에 대한 업무 추진 체계가 담길 예정이다. 통신용·방송용으로 나누어 관리하게 된 주파수 거버넌스를 명확히 정립하고, 보조금에 대한 규제와 감시도 `이중규제`라는 원성을 듣지 않기 위해 업무 분담을 명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미래부 업무보고와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의 보조금에 대한 견해가 다르고, 주파수 관련해서도 알력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등의 지적이 있었는데, MOU로 뚜렷이 명시함으로써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두 부처 간 MOU는 매끄러운 정책 조율을 해내지 못해 협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기존 업무의 분담을 위해 부처 간 MOU를 교환한 사례는 유례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와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가 교환한 MOU는 `에너지 절약형 학교 만들기`라는 새 사업 추진을 위해서였다. 교과부·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가 지난 10월 맺은 업무 협약 역시 `효율적인 방과 후 돌봄 사업`을 잘 추진하기 위해서다. 법무부와 교과부가 교환한 `다문화 가정 자녀 공교육 진입 지원 사업` MOU도 마찬가지다.
이런 성격의 MOU는 대부분 부처 간 공동 노력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의 이번 MOU는 새로운 사업이 아닌, 기존 업무를 쪼개는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관 업무를 오랫동안 해 온 업계 관계자는 “새로 출범한 행정부가 제대로 역할을 나누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MOU”라며 “정부조직법을 두고 `정치 게임`을 벌인 국회 탓도 크다”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