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쑤저우 공장 발주로 장비 업계 숨통

삼성디스플레이가 중국 쑤저우 LCD 라인 가동을 위한 설비 발주에 나서면서 장비업계에 희색이 돌고 있다.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말 국내 사업장에 구축할 A2 증설 라인용 장비 발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국내 장비업계는 기근에 시달리다 오랜만에 숨통이 트였다. 하지만 설비 투자 규모가 기대보다는 적어, 악화된 실적을 회복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세메스·원익IPS·HB테크놀로지·STI 등 국내 장비 업체들과 쑤저우 8.5세대(2200×2500㎜) LCD 라인용으로 장비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쑤저우에서 착공식을 개최하고 공사를 시작했으며, 늦어도 올 연말부터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장비 발주 규모는 각 기업마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수준이다. 쑤저우에 들어갈 1차 라인 생산 능력은 투입 원판 기준 월 5만5000장 규모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말 생산 능력 2만5000장 안팎 규모의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 증설 투자에 착수한 바 있다. 당시 수혜를 입은 기업은 삼성에 납품을 완료하자마자 또 추가 공급을 따낸 셈이다.

지난해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가 실종된 탓에 국내 장비 업체 매출이 평균 30~80% 정도 줄어 들었으며, 적자를 낸 곳도 대부분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장비 협력업체들은 잇단 수주로 어느 정도 숨통은 트이게 됐다.

그러나 이번 투자가 기대했던 만큼의 물량은 아니어서 대규모 적자 사태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쑤저우 라인 규모는 5만5000장 수준이지만, 장비에 따라서는 그보다 적은 물량을 발주하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시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파악된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협력사 수를 줄이고 발주 물량을 집중시키면서 수혜 기업이 적은 점도 아쉽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비에 따라서는 단계적 발주 입장을 밝히면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수주 물량 자체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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