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채가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 400조원에 가까웠다. 국가 채무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부채비율은 190.1%로 1년 만에 무려 15.4%포인트(p) 올랐다. 공기업 부채가 국가 재무 건전성에 새 위협 요소로 떠올랐다.
공기업은 정부가 직접 하기엔 적합하지 않고, 그렇다고 민간에 맡기면 곤란한 사업을 주로 한다. 수도, 가스, 전기 등 이른바 공공요금과 관련한 사업이 많다. 이 점에서 공기업 부채는 사실상 정부 부채다. 부채 악화도 결국 정부 관리를 잘못한 탓이다.
정부가 이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필요하다 여긴 사업을 공기업 의지와 상관없이 맡긴다. 또 정부 재무 건전성 유지비용을 공기업에 전가한다. 그러면서 물가 안정을 이유로 공공요금을 규제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기업 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게 되레 이상할 정도다.
상당수를 차지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도 걱정할 수준이다. 부채 비율이 높고, 상승률이 높은 상위 10개 기업에 에너지 공기업이 각각 5개, 6개씩 올랐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는 두 군데 모두 이름을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부발전도 부채증가율이 높았다. 정부가 전기, 가스 요금을 과도하게 규제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한 겨울에 반소매 옷을, 한 여름에 긴 소매 옷을 입을 정도로 전기를 마구 쓴다. 그만큼 전기요금이 싼 탓이다.
요금을 올리기 전에 공기업의 부실하고 방만한 경영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더 나아가 민영화 주장도 있다. 귀 기울일 만하다. 그런데 공기업 부채 증가엔 이것보다 정부의 과도한 요금 규제가 더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공공 서비스를 하는 정부와 직접 사용하는 국민이 부담할 비용을 공기업이 대신 내는 구조가 그대로인 채 더 심화하기 때문이다.
요금 현실화가 없이 공기업 부채는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결국 고스란히 정부 부채 증가로 이어진다. 이 틀을 하루빨리 바꾸지 않으면 정부가 공기업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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