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규제 대변화 예고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17일 취임하면서 방송 규제 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전자신문 기자와 만나 “지상파 재송신 갈등 문제를 풀기 위해 근본적인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합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돼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휴대폰 보조금 문제는 원칙적으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겹쳐져 이상한 구조가 된 시장이 잘못됐다”며 “이를 분리하는 게 맞고 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며, 방통위는 사후 제재로 시장을 건전화할 것”이라면서 통신 정책에서는 미래부와 협력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 위원장은 지상파 재송신료 문제와 관련해 “지금까지 학계나 업계에서는 없던 이야기인데, 내 경험상 재송신료라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는 것인지가 의문”이라며 지상파에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재송신료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현재의 틀 안에서 가지만 장기적으로는 틀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송신·저작권료에 대한 새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방송 규제 주무부처의 수장의 이 같은 발언에는 상당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는 분석이다. 재송신료 문제에는 가입자당 시청료 과금(CPS) 체계에 따른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 간 갈등뿐 아니라 의무송신 대상 확대에서도 첨예한 갈등을 빚어 왔다. 이 위원장이 임기 중 재송신 문제에 나서기 시작하면 지상파 방송사의 격렬한 반발도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재송신료 문제가 시청자를 담보로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며 문제 해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여러 사업영역에서 협업이 필요한 미래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방통위와 미래부를 분리하면서 (방통위는) 공공성·공익성의 가치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본적인 임무는 원칙을 잘 지켜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규제를 시행할 때 유연성을 가지고 사후 규제 위주로 갈 것이라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일본이 휴대폰을 가장 빨리 개발했지만, 규제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 뒤처졌다”며 “미국은 일단 새로운 뉴미디어가 만들어지면 풀어주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거나 독점 현상이 나타나면 사후 규제를 하는데, 나도 그런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직원들에게는 “지난 정부 조직개편에서 방통위 직원들이 미래부에 못 가서 남아 있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업무파악을 하다 보니 열정과 자부심이 넘치는 유능한 직원이라는 점이 느껴졌다”며 `3C`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3C는 실력(Competence)·인격(Character)·헌신(Commitment)이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