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들이 터치스크린패널(TSP)용 산화인듐주석(ITO) 필름 시장 선점에 나섰다. 지난 연말 ITO필름 국산화에 성공한 LG화학은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가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채택됐다. LG하우시스도 최근 시제품을 생산, 양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룹 내 계열사 간 경쟁을 바탕으로 전자재료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국산화 숙원 품목이었던 ITO 필름을 LG를 통해 구매처 다변화에 나섰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LG하우시스는 최근 파일럿 생산 공정을 구축하고 ITO 필름을 개발해 시생산에 착수했다. 조만간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저항막 방식 ITO 필름을 양산하던 미래INT를 인수해 필름 사업을 준비해왔다. 생산 능력은 한 라인 4만㎡가량이다. 자사가 보유한 광접착테이프(OCA)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일단 시제품이 나온 상태”라며 “양산 시점은 아직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연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ITO 필름 1차 공급업체(벤더)로 등록됐고, 2분기 출시될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ITO 필름 공급사로 승인받았다. 삼성전자 TSP 협력업체들은 닛토덴코와 LG화학 ITO필름을 상·하판으로 나눠 쓴다. 이 회사는 초반 3만~4만㎡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췄고 추가 증설 중이다.
이에 따라 ITO필름 최대 수요처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를 잡기 위해 LG화학과 LG하우시스 양사가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그룹 내 중복사업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회사가 동시에 ITO필름 시장에 진입한 것은 향후 성장 가능성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으로선 제일모직·삼성코닝정밀소재 등 그룹내 소재 계열사들에 앞서 LG를 협력사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ITO 필름 구매처 다변화가 그만큼 시급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ITO 필름은 TSP 핵심 소재로 터치 위치를 읽기 위한 전극 패터닝에 적합한 재료다. 일본 닛토덴코가 거의 독점해 왔지만 생산 능력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이 급성장하고 TSP가 노트북PC·올인원PC·디지털사이니지 등에 적용되면서 수급난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후발 주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ITO 필름 시장 규모는 국내만 해도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스마트교실 등 사용처가 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