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공연을 올릴 때만큼 떨렸습니다. 2009년 초연 후 4년이 지난 공연에 신기술을 넣었는데 다행히 관객 반응이 만족스럽네요.”
지윤성 해라 대표는 `난타`의 2세대 배우이자 퓨전 국악공연 `판타스틱`의 기획가다. 그는 최근 정동에 위치한 `판타스틱` 상설 공연장에 관객의 사진을 찍는 장치(키오스크)를 설치했다. 관객이 키오스크 속 배우와 사진을 찍으면 스태프들이 공연 중간에 무대로 쏘아올린다.
![Photo Image](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04/09/414072_20130409192257_497_0001.jpg)
관객과 같이 호흡하도록 만든 장치다. 공연용 스마트폰 앱도 마련했다. 관객이 앱을 이용해 북을 치면 공연 중간에 소리가 울리고, 소리는 무대위 반투명 자막에 영상으로 처리된다. 모두 IT솔루션 기업 모젼스랩과 손발을 맞춰 만든 작품이다.
웃고 우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끼려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첨단기술 접목은 낯선 시도다. 공연기획가로서는 짜임새가 완벽한 공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더욱이 판타스틱은 한 해 20만명이 찾는 유명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꼭 찾는 공연이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최우수관광공연으로 선정됐다.
지 대표는 모험을 감행한 이유를 묻자 “회사 이름 해라의 어원이 네 마음대로 해라의 준말”이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는 공연을 만들고 4년간 7차례 공연의 모습을 바꿨고 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IT 접목이라고 설명했다. 신명나게 놀아야 공연이 이뤄지고 마음껏 놀아야 관객이 즐겁다는 본인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다.
판타스틱은 오는 9월에 우리나라 퓨전 국악공연 최초로 미국 LA 할리우드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국악공연으로서는 최초다. 한해 200만 관객이 찾는 전라북도 새만금에도 상설 공연장을 만든다. 새로운 시도다.
지 대표는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설화를 현대와 접목시킨 판타스틱이 LA나 뉴욕에서 매일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모험이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모험가 스타일은 아니다. 최근 공연장에 관객의 반응을 볼수 있도록 카메라를 설치한 것도 미래를 향한 그의 시선이 담겼다.
그는 “우리 공연은 대화가 아닌 동작과 소리만으로 표현하는 논버벌 공연으로 90%가 외국인”이라며 “만국 공통어인 관객 표정을 분석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공연 에피소드마다 실시간 관객 표정을 데이터로 쌓고 이를 분석해 모두가 만족하는 공연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LA와 뉴욕에 우리나라 설화를 바탕으로 한 국악공연을 상설공연화 하겠다는 그의 꿈이 간단치 않은 이유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