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수 보조금` 알면서도 이상 없다고 보고한 방통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상임위원회에 보고한 일일 보조금 규모

휴대폰 보조금 감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일부 대리점과 온라인 판매점을 중심으로 횡행하는 `꼼수 보조금`을 인지하고도 상임위원들에게 `이상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최근 상임위원을 상대로 `보조금 일일보고`를 시행하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보조금 동향을 하루하루 체크해 상임위원들에게 보고함으로써 과열 경쟁 촉발 사업자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기 위해 강구한 대책이다.

그런데 보고서에는 치고 빠지기식의 편법 보조금 현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의 일일 보조금에 대해 보고한 모니터링 내용에 따르면, 이 기간 지급된 보조금 규모는 최고가 25만원대(4월2일)에 그쳤다. 현행 상한선 가이드라인인 27만원 아래다.

이 기간 중인 30일 한 통신사는 각 대리점에 단가표 반영이 안 된 추가 보조금을 문자로 통보했다. 이른바 `히든 보조금`이다. 문자에는 “오늘 오후 3시부터 A830(팬택 베가레이서2), F260(LG전자 옵티머스 LTE3) 전체 신규 구두로 10만원 추가입니다”라고 돼 있다. 10만원이 추가되면서 27만원을 넘는 보조금이 지급됐다.

또 다른 통신사는 단가표에도 50만원 이상 과다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명시했음에도 방통위의 보고서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부터 적용된 `4월 도매정책 1호`라는 단가표에 따르면 이 통신사는 LG전자 옵티머스뷰2 등 일부 기종에 최고 51만원의 판매장려금 지급을 단가표에 명시했다. 추가로 번호이동가입자에 대한 히든보조금 규모를 `올1(5만원 추가)~올4(20만원 추가)` 식으로 적어놨다.

보고서에 적힌 이 통신사의 지난달 30일 일일 보조금 규모는 19만원대에 불과했다. 다른 통신사 역시 18만원대에 지나지 않는다.

한 방통위 상임위원은 “청와대의 제재 의지 발표 이후 휴대폰 보조금 시장이 과열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가이드라인의 두 배가 넘는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음에도 보고서에 가이드라인 이하의 규모가 명시된 것은 하루 평균치를 합산한 수치만 보고하기 때문이다. 특정 휴대폰에 50만~6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되더라도 5만원밖에 지급되지 않는 단말기와 평균을 내면 가이드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소비자 차별이라는 보조금의 폐단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모니터링 보고서는 단순히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일 뿐 제재를 위한 `사실조사`와는 다르다”며 “시장이 과열되면 위반 건수를 잡아내는 사실 조사를 진행하며, 꼼수 보조금 행태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임위원회에 보고한 일일 보조금 규모(단위:원)

자료:방통위

`꼼수 보조금` 알면서도 이상 없다고 보고한 방통위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