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산업통일 상징, `개성`이 위태롭다

남북 산업통일의 `상징`이자, 평화의 `완충지대`로 평가받아온 개성공단이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 3일부터 개성공단 통행제한 조치를 취해오던 북한은 8일 5만3000여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 철수와 개성공단 사업 잠정중단을 결정했다. 또 개성공단 존폐에 대해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와 공단 사업의 잠정중단을 발표함에 따라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 이후 근근이 버텨오던 개성공단 업체의 가동은 당장 9일부터 전면 `올 스톱`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3년 6월 공단 조성을 위한 첫 삽을 뜬지 10여년만에 개성공단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는 최대 위기를 맞은 것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초강력 카드로 대남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통행제한과 잇따른 전쟁위기 고조, 미국에 대한 압박 등에도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자 더 강력한 카드를 꺼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로서는 개성공단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지만 폐쇄까지는 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측이 “존폐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이후 사태가 어떻게 번지는가는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근로자를 철수하고 사업을 잠정중단하겠지만 완전 폐쇄까지는 남측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측이 앞으로 근로자들을 복귀시키고 통행을 정상화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측의 통행제한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을 감안하면 개성공단이 정상화보다는 실제 폐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는 북측의 통행제한에 대해 민간과 정치권의 당국 간 대화재개나 특파파견 요구에 대해 북측이 통행정상화를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측이 통행제한보다 더 상황을 악화시킨 마당에 정부가 기존 태도를 바꾸기는 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다.

그동안 개성공단의 안정적 유지, 발전 입장을 표명해온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운명에 대해 전면적 재검토를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북측이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면서 우리 내부에서도 당국간 대화나 특사파견에 대한 목소리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북한이 혹시라도 개성공단을 정상화더라도 일단 멈춰선 개성공단은 뇌에 산소 공급이 중단된 환자처럼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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