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분기 이후 하드디스크 대란을 타고 시장에 등장했던 재생 하드디스크가 일부 판매자들 손에서 새 제품으로 둔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노트북 뿐만 아니라 조립PC, 혹은 외장 하드디스크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새 노트북 샀더니 “재생 하드디스크라니…” = 지난 2012년 중순 ‘MSI 공식 수입유통사’라는 인터넷 쇼핑몰 이지가이드(www.ezguide.co.kr)에서 ‘MSI GE620DX’ 노트북을 구입한 김영석씨(가명)는 원인 모를 문제 때문에 골치를 앓다 MSI코리아 A/S센터에 노트북을 들고 갔다. 며칠 후 A/S센터에서 ‘흔히 국내에서 유통되는 제품이 아니라 전혀 생소한 하드디스크가 들어있다’는 문의전화를 받은 김씨는 크게 놀랐다.
말썽을 일으킨 원인은 바로 하드디스크였다. 씨게이트, 웨스턴디지털 등 익히 알려진 제조사 제품이 아닌 A사의 재생 하드디스크가 들어가 있었던 것. 쇼핑몰의 제품 설명에서 ‘재생 하드디스크를 썼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없었던 김씨는 이지가이드로 전화해 물어봤지만 ‘하드디스크 없이 수입되는 제품이라 총판에서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판매한다’는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 재생 하드디스크는 ‘시한폭탄?’ = ‘재생 하드디스크’는 망가지거나 제조사 품질 기준에 맞지 않는 하드디스크를 하드디스크 제조사가 아닌 다른 업체에서 사들여 수리 후 되파는 제품이다. 하드디스크 원 제조사의 제품과 외관은 비슷하지만 안의 내용물은 완전히 딴판인 셈이다.
재생 하드디스크는 용량은 신품과 같지만 가격은 새 하드디스크보다 1만원에서 2만원 가까이 저렴하다. 하지만 한번 고장났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수거해 재활용한 만큼 수명이나 성능은 보장할 수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내부에 저장된 데이터를 백업할 틈도 없이 하드디스크가 완전히 고장날 수 있다는 것. 새 PC나 노트북에 달아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제품이다.
◇ 국내에서 만들었으니 새제품이다? = 문제는 이지가이드가 사전에 어떤 설명도 없이 재생 하드디스크가 장착된 노트북을 판매했다는 것이다. 새 노트북이니만큼 안에 장착된 하드웨어도 당연히 새 제품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소비자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지가이드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하드디스크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면 제품을 보내 주면 점검 후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왜 상세페이지에 재생 하드디스크를 썼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는지 묻자 “MSI코리아 A/S 센터에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이다. 하드디스크는 국내 A사에서 제조한 것이 맞고 재생 하드디스크가 아니다”라며 엉뚱한 답변을 내놓았다.
◇ “책임은 이지가이드가 져야” =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MSI코리아 관계자는 “해당 노트북 전체 물량 중 약 10% 내외의 물량에서 하드디스크를 빼 일선 판매점에 공급한 적은 있다. 이것은 하드디스크 이외에 SSD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기 때문에 일선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하드디스크나 SSD 중 하나를 자유롭게 장착해 팔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드디스크가 빠진 상태로 공급된 제품에 재생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판매한다 해도 MSI코리아나 총판은 이를 알 수 없다. 어떤 하드디스크나 SSD를 장착할 지 결정하는 것은 최종 판매점의 몫이기 때문이다. 재생 하드디스크를 끼워서 판 것은 이지가이드인 만큼 A/S등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이지가이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지가이드는 ‘MSI 공식 수입유통사’가 맞을까. MSI코리아 관계자는 “이지가이드는 예전에 웨이코스를 통해 MSI 노트북을 공급받은 판매점이지 총판이 아니다. 또 웨이코스와 맺은 계약은 이미 2012년 4월에 해지됐고 현재 MSI 노트북 총판은 엔씨디지텍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 USB 하드디스크도 ‘사전에 확인해야’ = 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도시바·히타치 등 하드디스크 제조업체나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업체에서 직접 판매하는 USB 외장 하드디스크는 새 하드디스크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와 무관하다. 하지만 인터넷 오픈마켓의 일부 판매자들이 USB 외장 하드디스크용 케이스에 재생 하드디스크를 장착해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문제다.
USB 외장 하드디스크 역시 제품 상세페이지의 설명만 보고서는 어떤 제품을 썼는지 알 수 없다. 제품이 도착한 뒤 열어 보아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작정 싸다고 구입하기보다는 1:1 문의 페이지나 전화를 이용해 내부에 장착되는 하드디스크가 어떤 제품인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제품이 도착한 뒤 하드디스크 표면을 확인했을 때 ‘리퍼비시드’(Refurbished), ‘리서티파이드’(Recertified)라는 표기가 있거나 생소한 제조사 제품이라면 재생 하드디스크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