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외톨이가 된 한국경제

금융시장에 `대전환(Great Rotation)`이라는 말이 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뜻한다. 세계 경제가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거나 물가가 상승하고 환율이 변동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금흐름이 형성된다. 이 때문에 돈이 옮겨 다니는 국가의 증시는 활황세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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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각 국 증시 상승세가 대전환 현상이 시작된 것인 지를 분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뉴욕증시는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맥을 못 추던 일본 증시에도 유례없이 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증시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느 순간 폭발할 지 예측불허다.

공교롭게도 주요 국가의 증시 활황세는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모두 앞서거니 뒤서거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양적 완화, 환율 조정, 규제 개선 등 공격적 정책을 내오면서 증시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뽑은 나라의 일꾼이 일자리를 늘리고 살림살이를 펴주며 투자한 돈의 가치를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뒤섞여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현상이 대전환 국면이라기보다는 정책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는 데 무게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각 국 새 정부가 가져다 줄 선순환 효과가 글로벌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이들 국가 증시와 숨이 가쁠 정도로 빠른 동조세(coupling)를 보이며 호들갑을 떨었던 예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조용해도 너무나 조용하다. 그만큼 증시를 부양할 호재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김영삼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취임 후 1년간 주가를 30%나 끌어올렸다. 금융과 부동산 정책 등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온 나라 경제가 들썩였다. 물론 이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뒷감당(?)을 감내해야 했지만 새 정부가 가져오는 효과(effect)는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이들이 최근의 현상이 박근혜정부의 초기 혼선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새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 정부 출범을 지연시킨 야당만의 탓으로 돌리기에는 인사난맥상 등 험한 꼴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2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입주를 시작한 정부과천청사 앞에는 이런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미래부와 함께 희망의 새 시대로` `과천의 희망을 갖고 옵니다`. 수년간 과천청사이전반대 운동을 펼쳐왔던 상공인 단체가 내 건 것이지만 그간의 애타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이 뭉클했다는 한 공무원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착시현상이라도 좋으니 우리 경제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달라”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박근혜정부가 답할 차례다.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