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대학, 창업전초기지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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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창업기지를 건설하고 다양한 창업교육으로 청년 창업가를 양성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인 지난 1월 창조경제 주도인력이 대학에서 많이 나와야함을 강조하며 언급한 말이다. 전문가도 옳은 방향이라며 공감한다. 대학이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대학은 학생이 숨은 능력을 창업으로 펼치도록 돕지 못했다. 공무원·직장인 양성에 그쳤다.

[스타트업 2.0]대학, 창업전초기지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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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생 창업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진은 스탠포드대 본관 전경
[스타트업 2.0]대학, 창업전초기지 스타트

미국 대학은 다르다. 청년 창업가 육성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등 셀 수 없는 IT성공 기업가가 대학 재학 중 또는 중퇴하고 창업해 성공했다. 대학에서 경험·교육 그리고 아이디어로 창업해 꿈을 이뤘다. 대학이 창업 기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미국 대학에는 다양한 창업 프로그램이 있다.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스탠포드대학에서는 학생 주도의 `BASES(Business Association of Stanford Entrepreneur Students)`라는 스타트업 서포팅 그룹이 있다. 지역 벤처·벤처캐피털·법무법인 등이 지원하는 BASES는 학생 창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성공한 창업가를 초청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매달 개최하며 500석 자리가 예비 창업자인 학생으로 가득 찬다.

최근 우리 대학도 바뀌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필수강좌로 선택한 대학도 나왔다. 건양대는 올해부터 대전 관저캠퍼스와 논산 반야캠퍼스에서 신입생 1995명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과 리더십` 강좌를 연다. 신입생 모두가 들어야 하는 필수 이수과목(1학점)이다. 대학 창업 강좌도 늘어났다. 건국대는 신학기 공모개설 강의 10개 가운데 2개를 창업 관련인 `프런티어 창업 솔루션`과 `블루오션과 창업 트렌드`로 선택했다. 학점을 이수하는 정식 과목으로 개설한 것은 처음이다.

성균관대도 기존 3개 창업 강좌 이외에 새 학기부터 `창업의 이론과 실제` `기업가정신` 등 세 개 강좌를 추가했다. 연세대도 창업 강좌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는 창업 관련 강좌가 8개에 달한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유럽에선 초·중·고등학교 때부터 기업가정신 수업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한다”며 “창업 강좌는 혁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는 창업 성과로도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벤처캐피털업계도 최근 대학에서 의미 있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심사역)가 대학을 찾아가 벤처캐피털을 소개하고 예비 인력 발굴에 나선다. 예비 창업자의 성공 파트너로서 벤처캐피털을 알리는 동시에 최근 젊은 스타트업을 투자할 심사역을 찾기 위해서다. 벤처캐피털을 알리기 위해 심사역이 대학을 찾는 것은 처음이다. 행사에는 문규학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하태훈 DSC인베스트먼트 상무, 김학균 한화인베스트먼트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서울대 등 각자 졸업한 대학을 찾아가 벤처캐피털과 심사역을 소개한다. 행사가 의미 있는 것은 최근 심사역 고연령화가 문제여서다. 새로운 스타트업을 이해하고 투자할 심사역이 적다는 지적이다. 2011년 말 기준 20대 심사역은 2명이다. 600여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0.3%에 불과하다. 30대는 194명으로 30%로 올라서지만 대부분 중후반으로 파악된다.

학생 창업 인식도 변화한다. 학생 수요가 있으니 대학도 창업 강좌를 잇달아 개설하는 것.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있지만 취업난과 함께 주변에서 성공한 청년 창업가가 나오자 대학생이 창업전선에 뛰어든다. 전자신문이 연초 대학생 600명 대상 창업 설문조사에서 64.7%가 `창업에 관심 있다`고 답했다. 반면 `관심 없다`는 응답은 35.3%에 그쳤다.

다만 대학 변화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벤처투자 시장에 소극적이다. 정부가 2011년 대학이 벤처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지만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1~2012년 사립대학 벤처펀드 출자 규모(벤처기업 직접투자 제외)는 각각 2억원과 3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해 벤처펀드 결성 규모가 각각 2조2481억원과 747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벤처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0.04%다. 미국과 큰 차이다. 미국 벤처펀드 투자자 구성 현황(1999~2003년 5개년 평균)을 보면 학교재단이 20.3%에 이른다. 연기금(42.1%), 금융·보험(22.7%)과 벤처투자 시장을 이끈다. 지난해 미국 벤처펀드 시장규모는 205억달러(약 22조2000억원)다. 학교재단 출자 비중이 약 4조원인 셈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대학은 적립금 10분의 1 한도로 벤처기업 투자를 할 수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투자를 안 한다. 모 대학 교수는 “정부 의지에 맞춰 학생에게 창업을 권장하고는 있지만 손실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투자에는 소극적이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는 대학의 소극적인 투자에 대해 “대책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학 재학생 때가 창업을 고려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라고 말한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면 실패 부담도 적다. 스탠포드대 컴퓨터사이언스학과 한 학생은 “학과생 가운데 창업 준비를 몇 명이나 하는지 모른다”며 “매체에서 거액 투자를 받거나 기술 또는 회사를 매각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창업을 준비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이민화 교수는 최근 KAIST 학생 창업 관심 정도가 2000년 전후 벤처 붐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표】30세 미만 신설법인 추이(단위:개사)

※자료:중소기업청

【표】지난해 신규 결성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현황(단위:억원,%)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대학은 기타단체에 포함. 지난해 3억원 출자)

【표】미국 벤처펀드 출자자 구성현황(단위:%)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1999년~2003년 5개년 평균)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