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가 시끌벅적하다. 며칠 전 교수회가 “총장 사퇴하라”며 성명서까지 냈다. 이유는 송도캠퍼스 때문이다. 인하대는 내년에 개교 60년을 맞는다. 이때에 맞춰 송도캠퍼스를 부분 개교할 예정이었다. 이곳에 공대 등을 이전해 IT·BT·물류 등 세계적 지식산업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것이 인하대 계획이다. 2020년 조성을 마친다는 로드맵도 마련했다. 학교 밖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내년 개교가 불가능하다. 부지 문제로 내부 구성원간 대립했기 때문이다. 애초 인하대는 다른 대학보다 늦게 뛰어들었다. 연대와 인천대가 송도에 캠퍼스를 짓겠다고 하자 부랴부랴 송도캠퍼스 조성에 나섰다. 지역 대표 대학의 이미지를 구긴 것이다.
인하대는 지난 2011년 시와 토지 매매계약을 맺었다. 송도 5·7공구다. 그런데 이 땅에 문제가 생겼다. 대학 측이 다른 곳(11공구)에 송도캠퍼스를 짓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학은 “혜택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내년 개교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이려는 재단 계산도 작용했다. 문제는 11공구가 매립 중이어서 언제 개교할지 장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전 반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전 반대 측은 지난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지난달 시청에서 시위도 벌였다. 학생들 의견도 갈라졌다. 이전 반대를 내세워 당선된 총학생회가 최근 이전 찬성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총동문회도 이전을 반대한다. 재단과 대학, 교수회, 총학생회, 총동문회 등이 5·7 공구냐 11공구냐를 놓고 분란 중에 최근 대형사건이 터져 혼란이 더 커졌다.
시가 인하대와 계약한 5·7공구 부지를 미국계 반도체기업에 넘기기로 또 매각 계약을 체결, 이중 계약을 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시 행정엔 나름 이유가 있다. 인하대가 새 부지에 송도캠퍼스를 짓겠다고 총장 명의 공문을 시에 보냈기 때문이다. 시는 이를 믿고 미국 반도체 기업과 계약했다. 하지만 이전 반대 측은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총장 퇴진을 요구했다. 시장 규탄까지 할 태세다.
인하대가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이다 보니 지역사회 전체가 이 문제로 들썩인다. 양측이 이전을 놓고 대립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학교발전이다. 양측 모두 학교발전을 위해 자기 방식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태가 악화한 것엔 시와 학교 당국이 일을 추진하면서 관계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큰 원인이다. 이 대학 한 교수는 “학교와 관계당국이 처음부터 일처리를 투명하게 하고 소통했다면 반대 목소리가 이렇게 까지 높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인하대 송도캠퍼스가 분란에 휩싸이면서 송도에 투자하기로 한 미국계 반도체 기업만 발을 동동 구른다. 반도체사업엔 투자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이 기업이 예정한 시기에 공장과 연구소를 완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방은주 경인취재부장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