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이 중소기업이 개발한 신기술을 빼돌려 모방사업을 하려다가 덜미를 잡혔다.
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인 W사와 박 모사장 등 임직원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박 사장 등은 2010년 부산 T사의 조 모 연구개발팀 과장을 헤드헌트사를 통해 생산팀 과장으로 영입하면서 T사의 반도체용 가스 필터 제작관련 설계도면 등을 취득한 혐의다.
이들은 또 조씨에게 T사와 같은 제품을 만들도록 해 2011년 12월 일본에서 열린 `세미콘 재팬`에 전시하고 본격 생산을 위해 수십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문제의 필터는 반도체의 표면을 매끄럽게 하려고 분사하는 가스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T사가 2007년 1~8월 30억원을 투자해 개발, 국산화에 성공했다.
T사는 이 기술로 2010년 22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고 2014년까지 180억원의 매출이 기대됐다.
조씨는 T사를 나오면서 이메일, USB 저장장치 등을 통해 관련 기술정보를 유출했다. 받은 혜택은 수고비 명목의 500만원과 연봉 500만원 인상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기술유출은 박 대표가 전략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진두지휘했고 사업단 상무와 경영지원본부장까지 조직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W사는 압수수색 등 경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자 모방사업 추진을 잠정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어렵게 국산화에 성공한 핵심기술을 대기업이 가로챈 `동반성장 침해형 사건”이라며 “대기업 임원이 조직적으로 가담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T사는 반도체와 LCD 제조에 필요한 초청정 배관 이음매와 밸브류 국산화에 성공해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일본 후지쓰,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대만 UMC사 등에 납품하는 등 `강소기업`으로 꼽힌다.
전국취재팀 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