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텍 디폴트 선언...중국 태양광 업계 정리 수순 들어가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2년 기준 중국 은행들의 주요 태양광기업들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세계 태양광 1위 기업 선텍이 미국에서 발행한 전환사채를 갚지 못하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한 회사채의 첫 부도 사례다. 선텍의 디폴트 선언으로 그동안 뭉칫돈 지원으로 태양광 산업을 육성해 온 중국 정부의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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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기준 중국은행들의 주요 태양광기업들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 (출처: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넨스 단위:10억 달러)

19일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선텍이 미국에서 발행한 5억4100만달러 규모 전환사채(CB)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선텍은 지난 2008년 3월 뉴욕에서 CB를 발행했으나 상환 만기일인 지난 15일까지 채무를 이행하지 못했다.

선텍은 태양광 모듈 생산용량 2.4GW를 보유한 세계 1위 기업이다. 2005년 뉴욕증시 상장이후 2000년대 말까지 세계 태양광 시장을 석권해 왔다. 하지만 공급과잉, 유럽시장 축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2011년 6억45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시달려 왔다. 선텍은 해외 채권단의 60%와 오는 5월 15일까지 상환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하지만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지원을 제공한 중국 정부가 더 이상의 개입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져 선텍의 회생은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트리나솔라, 잉리, JA솔라 등 세계 10위권 내 기업 또한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중국 정부의 노선 변화는 태양광 시장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선텍과 함께 세계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트리나솔라, 잉리의 모듈 생산용량은 각 2.4GW, 2.45GW 달한다. JA솔라, 카나디안솔라 등 주요 기업의 생산용량까지 합하면 10GW를 넘어선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외형 확장에 성공했지만 불황 장기화로 대규모 생산설비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 체제 이후 태양광 산업에 대한 무분별한 지원을 중단하는 기조가 분명해 지는 모습이다.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며 좀비라는 표현을 듣는 기업을 퇴출하고 시장 기능을 통한 산업 경쟁력 강화에 치중한다는 것이 새 정부 정책 방향이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중국 태양광 기업의 손실이 축소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무분별한 중국 정부·금융권 지원은 앞으로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권도 중소 업체들의 대출은 중단했고 선도기업에 대한 여신규모를 최대 30% 이상 축소하는 등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대한 선택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정부 방침을 선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